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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과 목사

주광 목사............... 조회 수 2359 추천 수 0 2011.02.27 09:37:11
.........
집사님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보건원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횡단보도에는
많은 사람이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에 집사님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집사님들이
“목사님”“목사님”하고 부르니 앞에 있는 젊잖은 노인분이 저를 쳐다 보는 것입니다.

그 때에 저는 양복을 입지 않고 잠바를 입고 있었습니다. 보통 목사님의 이미지는 검은 양복을 입고 성경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저는 성경 가방도 없고, 잠바를 입고 있으니 외모만 보고는 전혀 목사라고 볼 수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몇일 잠을 못자고 과로했더니 입술이 터져 있는 터였습니다.

하긴 검은 양복을 입고 성경 가방을 들고 머리를 빗고 야단을 쳐봐도 그 모습이 그 모습이겠지만 하여튼
모습이나 차림이 좀그렇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자 집사님이 계속 “목사님 목사님”하니 그 노인분이 또 나를
쳐다보고 위 아래를 자세히 관찰하시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집사님 옆을 꼬집을 수도 없고, 그 노인 분은 계속
쳐다 보십니다.

아마 그 노인이 자기가 “목사님”이라는 소리를 잘못들었나 해서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속 “목사님
목사님”하니 “도무지 목사 같지 않은데 네가 목사냐?”속으로 하시면서 위로 아래로 두리번 거리면서 쳐다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때 신호등은 왜 그리 긴지 사실은 잠간인데 마음으로는 아주 길게 느껴졌습니다.

목사는“항상 기뻐하라, 항상 양복을 입어라”해야 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저는 평소에는 추리닝이나 잠바를 입고
동네를 활보합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는데 하여튼 목회를
하다 보니 실감날 때가 많습니다.

옷으로 인해 민망하고 난처할 때가 왕왕 있습니다. 개척을 해서 얼마 안되었을 때입니다. 큰 아들 교신이
유치원 졸업식 날입니다. 내가 신앙생활을 했던 동산교회 유치원을 다녔는데 집사람이 유치원 졸업식이라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때 급하게 집사람에게 연락할 일이 생겼습니다.

집이 불난 후에 개척을 했기에 옷도 단벌, 구두도 단벌입니다. 그래 단벌 양복을 입고 나가려고 구두를 찾으니
없습니다. 구두 도적이 가져간 것입니다. 그래 쓰리빠를 신고 가려고 나섰는데 내가 봐도 우스웠습니다.
그래서 그 위에 오바를 입고 쓰리바를 신고 걸어서 힘들게 힘들게 동산교회에 갔습니다.

16년 다닌 교회입니다. 그러니 교인들을 많이 아는데 아는 분마다“전도사님”“전도사님”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것입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수록, 반갑게 인사를 할수록 좌불안석입니다. 때도 아닌데 오바를 입고, 쓰리바를
신고 전도사가 나타났으니 그 때도 아는 집사님들이 위로 아래로 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얘기할 수도 없고 참 민망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종종 있으니 항상 양복을 입어야 할 텐데 -----,

(200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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