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포리일기 228】동네 방송
아침부터 이장님이 아침방송을 합니다.
"비료를 신청하신 농가들께서는 농협 앞에 비료가 와 있으니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농가보존비용 신청용 이장 도장이 필요하신 농가께서는 이장 집으로 점심시간에 맞추어 오시기 바랍니다. 낮에는 이장이 논에 나가고 집에 없으니 괜히 헛걸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농협에 영농자금 대출신청 하신 농가는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24일에는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봄꽃놀이 가는 날입니다. 해당되신 어르신들께서는 아침 5시 30분까지 노인정 앞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너무 일찍 나오지 마시고 시간에 꼭 맞추어 나오시기 바랍니다.
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리고 뒷산에 두릅을 따실 때에는 꼭 두물까지만 따셔서 두릅나무가 성질 내지 않게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따 두릅 야그는 머더러 혀.."
"가만있어... 지금 방송중이여. 다 들린다니깨... 음.. 음.. 에.. 지금까지 이장이었습니다."
벚꽃이 지고 산에 푸른 물이 오를 때쯤에 못자리를 합니다. 옛날에는 보릿고개라 하여 힘든 시기였지만, 그 힘듦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에는 농협에서 빚을 내 농사를 시작하고 가을에 추수를 하면 고스란히 농협에 다 갖다 바칩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논을 비워두면 한 마지기당 얼마씩 정부에서 돈을 줍니다. 농사를 지어서 남기는 순이익이나 농사를 짓지 않고 그냥 받는 돈이나 액수는 비슷비슷합니다. 계산 빠른 도시사람들이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일 안하고 돈을 받으려 하겠지만, 그래도 시골 사람들이 어디 그런가요. 땅을 놀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돈 몇 푼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때쯤 산 두릅이 나는데, 나뭇가지 끝에 올라오는 순을 자르면 바로 또 올라옵니다. 그렇게 여러 번 잘라먹을 수 있는데 두 번까지는 괜찮지만 세 번 이상 잘라먹으면 두릅이 화를 내서 그 해에는 잎을 안냅니다. 시골 사람들은 두 번씩만 잘라먹는데, 요새는 산골짜기마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얼마나 산을 훑어 가는지 몰라요. 도시사람들은 두 번인지 세 번인지 그런 거 잘 몰라요.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따가더라구요. 2007.4.21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