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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229】소풍가는 날 아침
"내일은 소풍가는 날이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해요 그래서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야 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과 엄마랑 같이 자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밝은이가 자기 침대에서 베개를 안고 와 엄마 옆에 눕더니 껌처럼 딱 달라붙어서 안 떨어집니다. (거긴 내 자리인데 ㅠㅠ )
"너, 자면 아빠가 침대로 운반해 놓을꺼야"
"애 불안하게 왜 그러세요. 오늘 하루만 당신이 책방에서 주무세요. 내일 소풍간다 쟎아요"
"나 참, 소풍 가는 것과 잠자는 거이 먼 상관이 있어..."
할 수 없이 책방에서 독수공방하며 자는데, 잠결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주방에서 두 모녀가 도란도란하며 김밥 싸는 소리가 들립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브레이크댄스를 추면서 "입안에 쏙 들어가게 작게 만들어 주세요, 당근은 한 줄만 넣고 헴을 두 줄 넣어 돌돌 말아 주세요. 선생님 드릴 것은 크게 만들어 주세요 쫑알쫑알" 아이고, 눈꼴시어서...
왕년에 누군 소풍한번 안 가본 사람 있나? 어렸을 때 나도 저랬을까 싶다. 지금은 소풍인지 대풍인지.. 아무 감동도 없는 것이 늙었다는 증거인가? 2007.4.2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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