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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251】제비집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오면서 제비집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아내도 제비집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내와 함께 저녁 산책길에 제비집을 보고 왔습니다.
어느 가게 앞에 쳐 놓은 그늘 천막 속 모서리에 제비집이 있었는데, 새끼 네 마리가 머리만 내밀고 있다가 인기척이 나니까 입을 쫙 벌리고 뭘 달라고 합니다. 세상에, 제비 새끼의 입은 어찌나 큰 지 머리에 입만 붙은 것 같습니다. 박흥보네 여덟자식 제비새끼 영락없네 아가리를 쩍벌리고 밥줘밥줘 지지배배 찌찌배배... 하는 흥보가 한 대목이 생각나네요.^^
요즘에는 시골에도 제비들이 집을 지을 곳이 없습니다. 초가집이나 기와집에는 서까래가 있어서 집을 짓기 쉽지만, 스래트집에 집을 지었다가는 뜨거운 열기에 알이 다 익어버립니다. 슬라브집에도 집을 짓지만 시맨트의 독성이 너무 강하고, 판잣집에도 집을 짓지만 요즘 나오는 판자는 방부제처리를 해서 곤란하고, 조립식 집에는 흙이 잘 안 붙고, 황토집이라고 해도 황토의 접착성을 좋게 하기 위해 본드를 섞은 경우가 많아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제비가 살 수 없는 집은 인간도 살 수 없습니다. 다만 인간은 내성이 좀 더 강해서 좀 더 오래 견딜 뿐이지, 결국 인간도 제비들처럼 어떻게 되고 말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2007.5.26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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