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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생각하는동화] 현대장
고구려시대에는 "고려장"(高麗葬)이 있었고 현대에는 "현대장"(現代葬)이 있다. -법정
소년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간혹 다투었다.
처음에는 소년이 들을세라, 할머니가 들을 세라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투닥거렸다.
그러나 차츰 날이 감에 따라 부부싸움 소리가 점점 커졌다.
마침내 소년도 듣게 되고, 할머니도 듣게 되었다.
나중에는 담을 넘어가게도 되었다.
"당신 어머닌 비 위생적이어서 함께 못살겠어요."
"오늘 신경정신과에 다녀왔어요. 내 병명이 무엇인지 아세요?"
"당신 어머니가 남한테 망신사는 일만 저지르니 내가 노이로제에 걸릴 수 밖에요."
날이 가면서 소년의 어머니는 할머니를 보면 고개를 돌렸다.
얼마 가지 않아서 소년의 아버지도 할머니 방 앞을 무심히 지나쳤다.
어느 날 또 죽는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년의 어머니는 시퍼렇게 되어서 외쳤다.
"나를 택하든지, 당신에 어머니를 택하든지, 둘 중 하나를 말해요!"
마침내 소년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합의를 하였다.
할머니가 묵을 방을 하나 얻어서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낙엽이 우수수 지는 날, 온 식구가 달려들어서 할머니의 이삿짐을 꾸렸다.
아버지는 담배를 피워 물고 상자를 묶었고, 어머니는 고무장갑을 끼고 거들었다.
소년은 종이와 연필을 꺼내 와서 적었다.
헌 옷장 1,
전기장판 1,
담요 1,
밥통 1...........
어머니가 물었다.
"너, 왜 그런 것을 쓰니?"
소년이 대답하였다.
"다음에 어머니를 내 보낼 때 내가 챙겨드릴 품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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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 정채봉 님의 「멀리가는 향기」
“그 부모를 경홀히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찌니라.” (신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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