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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272】빈 집과 건축공학
영대리 지나 바람재 넘어가기 전 오른쪽 산 언덕에 빈집이 하나 있습니다. 시골에서는 빈 집이 흔하기 때문에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 집은 따로 외딴집이라서 눈에 띄나 봅니다.
주인이 떠난 지 오랜 집이라 벌써 반쯤 허물어져 버렸고 온갖 풀 속에 서 서서히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집입니다.
차를 멈추고 조심조심 들어가 보았습니다. 마당에 빈 항아리도 뒹굴고 작은 화단에는 작약 한 그루 찔레꽃 한 그루가 화사한 꽃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보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벌이며 나비가 날아와 꽃들과 연애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짝 뜯긴 집안으로 살그머니 들어가 봅니다. 굴뚝새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새인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가 집안에서 깜짝 놀라 밖으로 푸드득 내빼버립니다. 사람대신 새가 주인으로 살고 있었네요.
흙 냄새만 실컷 맡고 밖으로 나옵니다. 사람은 떠났지만 자세히 보니 이 집은 빈집이 아니었습니다. 온갖 생명들이 가득한 집이었습니다. 마당에는 풀들이 집안 곳곳에는 곤충들이, 장독대에는 바람이 놀다가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우리나라 회사에서 중동의 두바이에 지은 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첨단 건축공학으로 지어진 높은 집에는 사람말고 다른 생명들도 살 수 있는 집인지 궁금합니다. 2007.7.23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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