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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621】아이들의 마음
그나마 초딩인 밝은이가 중학생이 되는 바람에 이제 주변에 학생들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앞을 지나 갈 때마다 '이제 저기 들어갈 일이 없겠구나. 내가 학교에 들어가면 이상한 아저씨로 오해받을 꺼야. 가뜩이나 요즘 학교 안에 외부인이 들어와 아이들을 추행하는 일이 있어 긴장하고 있는데... 잘 못 걸리면 큰일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갓난 아이들은 평화롭습니다. 새근새근 잠자는 아이의 모습은 이 세상 어떤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평화로움'의 놀라운 경지입니다.
조금 자란 아이들은 재미있게 노는데 선수입니다. 별것 아닌걸 가지고도 환호성을 지르며 깔깔대며 장난을 칩니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은 별로 절망하지 않습니다. 공책에 찍어주는 '참 잘했어요' 도장 하나에도 행복하고 부모형제가 죽어가는 전쟁터에서도 물론 잠시는 울부짖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금방 잊어버립니다. 저는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한번 울고 나니 눈물도 안나오더군요. 하도 안 우니까 화가 난 마을 할아버지가 지팡이로 저의 대갈통을 후려갈겨서 아파서 울었습니다. 여동생은 무섭다고 콩밭에 숨었다가 삼일만에 나왔고, 남동생은 아버지 상여 나가는 날 아침 어디서 소주병 하나 주워와서는 냇가로 물고기 잡으러 가자고 형을 조르더군요. 전쟁터의 난민촌에서도 아이들은 비닐봉지를 둘둘말아 축구공을 만들어가지고 차며 떠들면서 뛰어놉니다. 그게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마음은 한마디로 '지금, 여기에서, 현재를 즐기는' 마음입니다. 어른들은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고 공부를 하라'고 닦달을 하지만, 아이들은 지금 축구를 하면서 노는 게 행복한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삶이 '어린 아이 같은 삶' 이며, 예수님이 '어린 아이 같이' 라고 했을 때는 '지금 여기에서 천국을 살아라'는 의미였습니다. ⓒ최용우 201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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