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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357】스팀 구멍
제가 라면을 끓이는 날엔 온통 사방으로 국물이 튀고, 라면 부스러기, 스프 가루를 흘려 놓아 결국 아내가 뒤처리를 하게 됩니다. 모처럼 생색한번 내려다가 오히려 잔소리만 듣고 맙니다. ㅠㅠ
그런데, 아내가 라면을 끓이면 별로 흔적이 안 남고 깔끔 그 자체입니다. 왜 그런가 가만히 살펴보았더니, 저는 라면을 끓일 때 노란 냄비를 사용하는 반면 아내는 하얗고 크고 둥근 냄비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그 하얗고 둥근 냄비 뚜껑의 테두리에 눈에 보일락 말락 작은 바늘구멍 같은 것이 세 개 뚫려 있었습니다.
아하~ 바로 이거구나. 이 냄비는 안에 압력이 차면 그 기운이 이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군. 그런데 노란 냄비는 안에 압력이 차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니 뚜껑이 달그락 달그락 덜구럭 덜구럭 오도 방정을 떨면서 사방에 국물을 뿌려대는 것이었군!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속에 스트레스가 쌓여도 그 기운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면 조용하겠지만, 구멍이 없이 안에 쌓이기만 한다면 달그락 달그락 덜그럭 덜그럭 사방에 분노의 찌꺼기를 뿜어내면서 여러사람 피곤하게 할 것입니다.
보니까 냄비의 스팀 구멍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어요. 눈에 잘 안 보일 만큼 작아요. 내 안의 스팀을 해결하는 구멍도 그리 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2007.11.2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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