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포리일기 394】찐빵이 익어 가는 밤
동네에 소문난 찐빵집이 하나 있습니다. 겨울에는 밤이 길어서인지 9시가 넘어가자 슬슬 출출해집니다.
나: "당신 꽈배기 먹어?"
아내: "찐빵이 드시고 싶으면 가서 찐빵을 사 오세요"
아내는 찐빵을 먹으면 찐빵처럼 된다고 찐빵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찐빵대신 꽈배기를 먹습니다. 저는 꽈배기를 먹으면 꽈배기처럼 꼬일까봐 꽈배기를 싫어합니다.
대충 잠바를 걸치고 쌀쌀한 기온이 느껴지는 길거리로 나와 찐빵집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안에 딸린 방에서 아주머니가 나왔습니다.
나: "꽈배기하고 찐빵 천원어치 씩 주세요" 솥뚜껑을 여니, 하얀 김이 모락모락, 달작지근한 찐빵냄새가 확 올라옵니다.
나: "몇 시까지 문을 여세요?"
아주머니: "11시까지 장사를 해요. 끝나고 대전 집까지 가려면 바빠요. 집에 아이들도 있는데 아이들한테 늘 미안하지유."
나: "힘드시겠어요. 오늘은 몇 개 안 남았네요? 이것만 다 팔면 문 닫나요? 그럼 제가 다 살테니까 다 담으셔유"
아주머니: "마음은 고마운디... 아이구 이렇게 많이 사다가 뭐, 하실려구유..." 사실 조금 많기는 했는데... 그때 문이 열리고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더니 찐빵 2천원어치 달라고 했습니다.
나: "그럼, 저분 먼저 드리고 나머지 다 담으세요." 찐빵을 담고 있는데 또 한 사람이 들어와 찐빵 2천원어치를 달라고 했습니다.
나: "에고, 찐빵이 몇 개 안 남았네?"
찐빵은 금방 처음 내가 사려고 했던 만큼하고 두 어개 더 남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다며 비닐봉지에 그것을 다 털어 넣고 그냥 천원만 달라고 합니다.
나: "으미... 원 세상에... 집에 아이들 갖다 주시지..."
결국 저는 얼덜결에 찐빵을 덤으로 몇 개 더 얻어 가지고 가게를 나왔고, 다른 날보다 한 시간 먼저 끝내는 것이 좋은지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얼른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2008.1.8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