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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403】어두움의 깊이
오랜만에 대전 한복판에 사는 친구 목사님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저녁을 먹고 놀았습니다.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고 정신을 차려보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어매, 먼 시간이 이렇게 많이 갔데? 벌서 9시가 넘어불었네" 고향이 같은 목사님이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전라도 방언이 막 튀어나옵니다.
서둘러 짐을 챙겨들고 밖에 나오니, 대낮처럼 사방이 불빛으로 훤합니다.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환해서 아직 시간이 이른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시골은 아직도 '어둠'이라는 것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해 떨어지면 사방이 금방 어두워집니다. 시골의 어둠은 도시의 어둠보다 더욱 깊습니다.
깊은 어둠 앞에 직면하고 서면 처음에는, 온통 까만 크레파스 같기만 하던 어움에도 농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나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길을 찾아 헤쳐 나가게 합니다.
그러고 보면, 도시의 밤은 환하기만 했지 그렇게 깊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둠 속에 길이 있다는 것도 경험하기가 쉽지 습니다. 도시의 밤은 환한 대신 어둠이 주는 것을 놓치게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08.1.2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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