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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428】코피 커피 카피
금요철야기도를 마치고 돌아와 자는데 좀 추웠습니다. 자꾸 콧물이 나오는 것 같아 잠결에 '코감기인가?' 느낌이 이상하여 일어나 불을 켰더니 콧물이 아니고 코에서 피가 나와 베개와 이불을 흠뻑 젹셔 놓은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자고 있어야 될 아내는 어디 갔는지 안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망치로 때려도 코에서 피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게 먼 일이당가? 우선 휴지를 돌돌 말아 콧구멍을 틀어막았습니다.
누우면 계속 피가 입안으로 넘어 오고 앉아 있으면 피가 멈추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책방에 가 구석에 앉아서 잠을 잤습니다. 다행히 피가 멈추어서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갔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드리면서 하필 오늘 설교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목사님이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코에서 피가 솟구쳐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어갔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피를 한 바가지나 토해내고 뭐, 그래도 주일 오후예배까지 다 드리고 집에 왔습니다.
밤새도록 피를 뱉어내면서 사투를 벌이다가 월요일 아침 날이 새자마자 반석동에 있는 이비인후과 병원에 달려갔습니다. 젊은 의사 양반이 끝에 눈이 달린 뾰족한 것을 콧구멍에 넣어 막 쑤셔서 구멍을 뚫고, 전기로 지지고, 드라이버로 막 돌리고 하더니 어! 피가 안 나온다!
병원에서 나오자 마자 부산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왕복 8시간 운전을 했습니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기 위해 차를 멈추는 순간 다시 코가 터져서 피가 줄줄줄 화장실로 달려가 일단 가지고 간 거즈로 콧구멍을 틀어 막았습니다. 그리고 마스크로 위장을 하고 부산까지 어쨌든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밤새도록 잠을 못 자고 헤매다가 날이 새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8시간이나 운전을 했으니 다시 터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그래서 오늘은 아예 병원 소파에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으라고... 그렇게 벌을 받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집에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쭈욱- 하루를 편하게 쉬었더니 다행이 피가 안 나옵니다.
도대체 이렇게 코피가 터진 이유가 뭘까? 혹시 코를 너무 시끄럽게 곤다고 아내가 망치로 때리고 도망친 게 아닐까? 그리고는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자는 척 한 거야!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으니...
아니면 '21세기 새찬송가 파워포인트 cd'를 편집하기 위해 일주일 이상 날밤을 꼬박 샌 피곤이 누적된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파워포인트 cd는 나의 피로 만든 셈이네. 올해 들어 새찬송가로 바꾸는 교회가 많아 급하게 편집을 하였더니 결국 전곡을 다 편집하여 cd 하나에 담기는 담았습니다.
이제 이 cd를 어떻게 나누어 줄 것인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피를 많이 쏟은 탓인지... 삼겹살이 눈앞에 어른거리네... 피를 보충하라는 싸인인가 봐... 2008.2.26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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