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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630】인생은 연극이다
기숙사에 들어간 큰딸 좋은이가 일주일만에 집에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가겠지요? 그러다가 대학교에 가면 필시 서울이나 멀리 갈 터인데, 그러면 방학중에나 집에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 시집을 가면 명절때나 얼굴 보겠지요 뭐. 아직은 집에 좋은이가 쓰던 책상, 침대, 물건들이 그대로 있어 좋은이가 우리곁을 떠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점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하나 둘 사라질 것이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더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형제도, 가문도, 심지어 나의 재능도, 성격이나 버릇까지도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주어진 조건 중에서 내가 맘대로 바꿔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다가 다시 가는 것 뿐, 인생이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냐, 나의 아버지는 왜 저렇게 무능하냐, 나는 왜 충청도에서 태어났냐, 나는 왜 최씨로 태어났냐... 그게 다 잠시 이 땅에서 나에게 주어진 배역이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인생입니다.
좋은이도 그렇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 곁을 떠나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의 역할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 연기하다가 주님 곁으로 웃으면서 갔으면 좋겠습니다. ⓒ최용우 201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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