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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498】여보! 횡재했어요 횡재!
제가 사는 동네는 '수도 이전'을 한다고 했다가 취소되고, '행정복합도시'를 만든다고 했다가 흐지부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상을 받고 떠나버려 빈 집, 빈 밭, 관리가 안 된 과수원이 널려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어느 산동네 뒷산에 꽃을 따러 갔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아내가 뭘 봤는지 막 달려오면서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보! 횡재했어요 횡재!"
"뭐? 돈다발이라도 주섯어? 아니면 산삼이라도 발견했어?"
"그게 아니고 저기 좀 보세요" 하고 손을 잡아 이끌고 간 그곳에는 무성하게 우거진 풀 속에 목단꽃들이 아름다운 꽃을 막 피워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 길이가 족히 50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관리를 안하고 버려 둔 상태라서 야생화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목단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 꽃인데... 차를 만들 수 있겠어? 그냥 몇 송이만 따 봐" 아내는 제 말을 듣지 않고 그 날 무지하게 많은 꽃을 땄습니다. 에이그, 저 욕심은... 내가 알기로는 목단꽃에는 벌이나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꽃잎을 따며 코를 대보던 아내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별로 좋지 않는 냄새가 난다며...
꽃에서는 향기가 나야 하는데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을 보니 차로 먹을 수 있는 꽃은 아닌가 봅니다. 결국 아내는 두 송이만 잎을 따고 나머지는 그냥 버렸습니다. 에?... 그럼, 횡재가 아니쟎여. 2008.5.2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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