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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503】약비 흙비
비가 오지 않아 몹시 가물어서, 밭에 심어놓은 상추가 시들시들.
잎을 따 된장에 쌈을 해도 쓴 맛이 납니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주면 땅만 딱딱해 질 뿐 상추들은 별로 기분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저거 빨랑 커야 삼겹살 먹을텐데...
어느 날 하나님께서 하늘 문을 열고 비를 내려 주시니 비로소 상추가 싱싱하게 살아납니다. 시골 할머니들이 "약비여 약비!" 하고 좋아라 합니다. '약비'라는 것도 있구나.
그리고 여름 뙤약볕에 개구쟁이처럼 우루루루 지나가는 소나기를 보고는 할머니들이 '흙비'라고 하더군요. '흙비'라는 것도 있구나.
시골 할머니들을 통해서 듣는 정겨운 단어들을 이제 저분들 돌아가시면 누구에게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08.6.2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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