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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동화]
올빼미 뒤를 따르다 - 제임스 더버 우화에서
별도 없는 캄캄한 한밤중에 올빼미 한 마리가 밤나무 가지에 앉아 있었다.
장난기가 많은 다람쥐 형제가 올빼미를 골려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고 있었다.
"네 이놈들!"
올빼미가 근엄하게 한마디했다.
어둠 속에서 자기들을 보았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람쥐 형제가 겁에 질려서 물었다.
"누굴 보고 그러시는 거죠?"
"너희들 두 놈을 보고 말한다."
다람쥐 형제들은 혼비백산해서 달아났다. 그리고는 아래 숲에 가서 떠들어댔다.
"저기 밤나무 위에 신령스런 새님이 계시다. 이 깜깜한 밤중에도 우리를 굽어보시고 우리들의 방종한 모든 것을 훤히 알고 계신다."
"어디 내가 가서 정말 그런가 한번 확인해 보겠다."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갔다. 올빼미한테 한쪽 귀를 늘어뜨리고서 물었다.
"제가 지금 어느 쪽 귀를 세우고 있지요?"
"이놈, 나를 시험하지 말아라. 왼편 귀를 구부리고서 무엇이 어떻다고?"
토끼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용기를 내어서 한 가지만 더 물어보았다.
"우리 동생은 밤마다 머리 아프다며 밖으로 나다니는데 무슨 일 때문이지요?"
"바람이 나서 그래. 칡넝쿨 밑에 사는 숫놈 만나러 다니느라고 그런다고."
토끼는 입이 딱 벌어져서 돌아갔다.
산짐승들은 모여서 세상만사 일을 다 알고 있는 올빼미를 교주로 모시자고 결의했다.
여우만이 '올빼미가 낮에 일어나는 일을 아느냐?'고 이의를 걸었지만 누구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드디어 산짐승들은 올빼미를 구세주로 모시고 행진을 시작했다.
"구세주 나타나셨다. 구원받고자 하는 자들은 이리 모여라!"
먼동이 밝아오자 올빼미는 여기저기 부딪치기 시작했다.
다른 짐승들은 그것이 멋이라고 생각되어서 저희들도 쿵쿵 나무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올빼미 뒤를 따랐다.
아침해가 떠올랐다.
올빼미의 발걸음이 위태위태하였다.
앞에 벼랑이 나타났다.
다람쥐가 올빼미한테 물었다.
"구세주님, 무섭지 않으세요?"
"뭐가 무서워? 내가 가는 길은 천당으로 가는 길인데."
짐승들은 감격하였다.
"와, 천당으로 가는 길이다."
올빼미가 벼랑 밑으로 떨어졌다. 다람쥐도, 토끼도, 오소리도, 모두들 천당 가는 길로 안녕히 들어섰다.
안녕히.
- 정채봉 <멀리가는 향기/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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