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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21】원고를 쓰다가
어떤 사람은 그냥 책상에 앉아서 원고지 펴고 볼펜을 들면 볼펜 끝에서 글이 줄줄줄줄 나오는 줄 알아요.(지금은 컴퓨터 켜서 한글 프로그램 켜고 자판기를 두들기기 시작하면 저절로 글이 조합되어 찍히는 줄 안다) 에고,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글은 살아있는 생명체여서 기분 나쁘거나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으면 절대로 안 나옵니다.
글을 억지로 끄집어 내다보면, 덜 익은 감자처럼 먹을 수 없고, 설익은 과일처럼 떫어서 맛이 없지요. 그래서 작가들 사진 같은 것을 보면 줄담배를 줄줄이 핀다던가, 머리와 수염을 더부룩하게 기른다던가... 저는 그게 이해가 되거든요. 그게 글이 안써져서 그러고 있는거에요.
저도 어찌 하다보니, 몇 군데 월간지에 원고를 쓰고 있는데, 월간지는 원고 마감 날짜라는 것이 있어서 이게... 사람 피를 말립니다. 머릿속에 가득한 글은... 이게... 나올 때 나와야 되는데 이게... 나올 듯 말 듯 약올리다가 이게... 원고 마감 날짜에 맞춰 막판에 터진단 말입니다. 허 거참! 이게...
올 여름 휴가는 교회에서 춘장대 해수욕장 가는데 따라가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했는데,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원고 마무리를 못해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다른 식구들 해수욕장에서 툼벙툼벙 할 때 저는 머리 쥐어뜯으며 원고 쓰다가 에? 여름 다가버렸네요. 벌써 입추(立秋)네 이게.. 이게... 그러니까.... 이게... 2008.8.8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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