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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32】들판을 거닐며
벼들이 막 패기 시작하는 초가을의 들판을 거닐었습니다.
들판은 바람의 운동장... 바람들이 신이 났습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우루루루 몰려가기도 하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우루루 몰려오기도 하고... 바람이 물려다닐 때마다 벼들은 마치 응원이라도 하듯, 파도타기라도 하듯 고개를 숙이며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만들어줍니다.
그 가운데 새들이 날아다니고 미류나무 두 그루는 긴 그늘을 만들고 고무신을 신은 농부가 삽자루를 자전거 뒷좌석에 묶고 천천히 지나갑니다.
그런데, 각 논마다 눈에 띄는 빨간 글씨의 작은 안내판!
<이곳은 행정복합중심도시 예정지로서 토지보상이 마무리되어 경작을 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7월 20일까지 자진 철거를 하지 않으면 시행청에서 임의로 철거를 합니다. 모든 법적인 책임은 경작자에게 귀속됩니다.>
넓은 들판 어디 한 곳 빈곳이 없이 벼들이 자라고 있는데, 이곳에 이렇게 벼를 심으면 안 되는 곳이었군요. 농부들은 논이 노는 것을 절대로 두고보지 못합니다. 내일 포크레인과 담푸트럭이 논에 들어온다 해도 오늘 벼를 심고 말 것입니다. 그것이 농부의 마음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이 새 정부 들어서면서 백지화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적인 사업이 정치논리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바뀌면서 땅과,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국민이 낸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동네 여기저기에 <2012년 행복도시를 원상복귀 시키자!>는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은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입니다. 현수막 내용의 의미가 심상치 않습니다. 2008.8.2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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