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우글방90】도저히 이해가 안 돼
아내의 명함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명함을 잘 못 만들었다고 해서 뭐 오타라도 났나 살펴보았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말은 이름과 주소가 한 가운데 있지 않고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것이 이거 명함 자르는 사람이 잘 못 자른 게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니야. 이거 내가 엄청 신경을 써서 디자인 한 그대로야."
"그런데 왜 이렇게 한 쪽이 비어 있어요?"
"꽃차 만드는 사람 명함이니까 비어있지?"
"????????????????????????????????? 이해가 안 돼"
현대인들은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바쁘고 여유가 없습니다. 제정신을 차리려면 차분하게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만한 여건이 잘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이제는 그런 시간이 어색해서 소음 속으로 다시 뛰어들어가고 맙니다. 그렇다 보니 어느덧 나는 시들어 버리고 내 껍데기만 남습니다.
우리는 지금 꽉 들어찬 속에서 쫓기며 살고 있습니다. 시간에, 돈에, 일에 쫓기며 허겁지겁... 여백이나 여유는 조금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도무지 노닥거릴 시간이 없는 것입니다.
그란디! 꽃차가 무엇이냐? 커피처럼 동전 몇 개와 손가락 두 개만 가지고 먹을 수 있는 차가 아니라는 말씀이야.
'여유, 여백'이 없는 사람은 못 마셔! 꽃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허(虛)가 있는 사람이야. 빈 구석이 있는 사람이란 말씀이야. 좀 덜 찬, 좀 모자란 듯한 그런 구석이 있어야지... 꽃차를 마실 수 있어. 그래서 꽃차 만드는 사람 명함도 한쪽을 히거게 비워 두어찌비.
(에궁, 내가 명함 한 장 만들면서 너무 심오하게 구상했나? 도무지 빈틈이 없네그랴.) 2008.11.26 ⓒ최용우
첫 페이지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
168
169
170
171
172
173
174
175
176
177
178
179
180
181
182
183
184
185
186
187
188
189
190
191
192
193
194
195
196
197
198
199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
210
211
212
213
214
215
216
217
218
219
220
221
222
223
끝 페이지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