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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우의 시는 우선 쉽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편린들을 간결한 언어로 기록한 일기이다. -조덕근(시인) 최용우 시집 모두 10권 구입하기 클릭! |
우리가 언제
한 판 신명나는 굿판 같았다.
그래, 이렇게 우리가 한데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어본 적이 있느냐.
언제나 힘에 눌려 살아온 우리는
그렇게 사는 것이 옳은 줄 알았다.
누가 들을 새라 볼새라
숨 죽이며 안으로 가슴 삭이며
모저리 같이 사는게 운명인 줄 알았다.
아, 그러나
번뜩이는 눈 가진 이방인 한 사람이
겹겹히 우리를 묶고 있던 질긴 끈들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잊고 있던 우리의 실체를 보게 하였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우리가 이런 사람들이었구나!
두둥둥 둥둥 춤을 추며 우리는 지금 환희에 들떠있다.
우리의 본 모습을 알아버린 것이다.
모저리 같이 사는 것이 순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누군가.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을 없애버린 자들은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될 마당을 밀어버린 자들은
엇박자 자진모리 가락을 꺼버린 자들은
그 뜨거운 붉은색에 파쇼의 저주를 입힌 자들은
그들은 지금 어서 빨리 월드컵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벌써부터 '우리는 냄비솥이다' 빨리 잊어라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모조리 들이다 ... 주술을 걸고 있다.
그래, 이렇게 우리가 한데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어본 적이 있느냐.
주류들의 신물 나는 부정부패 이야기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고달픔에
우리는 서로 어울려 신명 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잊어 버릴 뻔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북채를 되찾았으니
두둥둥 둥둥 북소리 크게 올리자! 이를 악물고!
이웃과의 담을 허물고, 지역과의 담도 허물고
서로 격려하고, 실패를 감싸주고, 끝까지 믿어주고,
그리하여 끄떡없는 국민 조직력을 갖추자
거짓, 부정,부패, 뇌물을 끊는 지옥훈련을 하자
그래서 사회 기본체력을 무쇠처럼 단단히 하자
정신 바짝 차리자! 불굴의 정신력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국민이 되자!
아! 우리는 지금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 앞에 서 있다!
ⓒ최용우(전재및 재배포 대환영!)
2002.6.27 월드컵 4강 기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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