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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얼굴

김필곤 목사............... 조회 수 2306 추천 수 0 2011.05.01 23: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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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얼굴

아이가 방학을 한 후 금요 저녁 기도회를 가려고 할 때의 일입니다. 교인들을 모시고 교회에 가려고 부지런히 밥을 먹고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와서 "아빠, 오늘 나도 교회 갈거야. 방학했잖아... "라고 말했습니다. " 안 돼 " " 왜 " " 아빠하고 약속했잖아 " " 약속 지켰는데요 " " 너 약속 지키지 않았지 않아 " 어쩌다 때를 쓰며 교회에 따라 오겠다고 하여 교회에 데리고 오면 기도는 하지 않고 잠을 자기도 하고 어느 때는 강대상에 올라와 기도하는 저를 방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약속을 하였습니다. 교회에 와서 한 번만 잠을 자면 이제 저녁 기도회에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약속한 후 기도회에 참여하였는데 아이는 잠을 자지 않았다고 집에 가면서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차를 타자마자 금방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아주 깊은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할 수 없이 아이를 안아 방에 뉘었습니다. 그 때의 일을 말하며 약속을 어겼으니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교회에서는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항변하며 아빠가 억지를 쓴다고 했습니다. "차에서 잔 것도 잔 거야. 그러니 너는 약속을 어긴 거야 "

아이는 잠을 자지 않은 것이니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애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약속을 하였습니다. " 잠을 자면 다시는 데리고 가지 않을 거야 " 아이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급해 서둘러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 뭐가 무서워. 예수님이 지켜 주는데 " 큰딸을 설득하였습니다. 그러나 혼자 무서워서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혼자 있으라고 아들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문을 열고 나와 울부짖었습니다. 아들에게 누나와 함께 있으라고 했습니다. 아들 역시 울면서 무섭다고 같이 가겠다는 것입니다. " 무엇이 무서워, 누나와 같이 있어 " 한 아이는 현관문을 열고 한 아이는 엘리베이터에서 울었습니다. 순간 화가 났습니다.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설득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차를 기다리고 계실 교인들의 시간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화가 나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아들의 등을
한 대 때리고 아내에게 아이들 데리고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저녁 기도회에 나왔습니다.

차를 타고 교회에 오는 길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 교회에 와서 자든 조금 떠들든 그래도 기도하러 온다는데 다 데리고 오는 것인데, 기도한다는데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차를 타는 교인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계속 후회스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한 편으로 아내에 대하여 원망스러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 밥을 먹고 있는 동안 조금 지혜롭게 대처하여 두 아이에 대하여 미리 의견을 조율하여 놓았으면 서로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을 텐데" 아내의 미숙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처럼 생각이 되었습니다. 교회에 와 찬양을 드리고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마음 상태는 기름진 밭은 아니었습니다. 거친돌이 들어 있고 굳어진 흙덩이들이 이곳 저곳에 있었습니다. 가시덤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되어진 일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기도시간이 되어 다 불을 끓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가증스럽게 보였습니다. " 용서해 주십시오. 그것 하나 못 참고 화를 내다니 " " 하나님께서 내 모습을 보고 얼마나 실망스러워 할까? " " 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집에 두고 홀로 나와 기도하는 모습을 하나님은 얼마나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 "예수님 잘 믿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 걱정 끼쳐드리지 않는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와 자녀들이 생각할 때 남편은 아버지는 예수님처럼 일평생 살려고 애를 썼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그리어준 얼굴은 화나는 얼굴, 실망스러운 얼굴을 오늘도 그리어 주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 " 회개의 기도를 드리고 집에 갔습니다. 11시 40분이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아내와 아이가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홀로 한참 동안을 본 것은 결혼 후 처음이었습니다. 포동포동한 살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마른 아내의 얼굴에 그간의 시간들이 적혀 있는 듯 했습니다. 곱던 피부도 여기 저기 주름이 가 있었습니다. 남모를 마음 고생의 흔적들이 잔주름에서 흘러나오는 듯하였습니다. " 결혼하여 사랑한다는 말, 감미롭게 한번도 속삭여 주지 못한 사랑의 표현에 미숙한 남편, 생일이라고 한 번도 꽃 한 송이 들고 가지 못한 무심한 남편, 고생한다고 온가족 함께 외식 한 번도 시켜 주지 못한 멋없는 남편, 휴가철이라고 멋진 휴가 계획 한 번도 세워보지도 못한 능력없는 남편, 피부 고아지라고 화장품 하나, 옷 한 벌 사주지 못한 잔정없는 남편, 상대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하지만 늘 부족한 남편,...용서해 주오. 미안하오. 그래도 우리는 부족하지만 주님을 사랑했지 않았소" 어느새 중년이 되어버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니 눈물이 나왔습니다. 방에 들어와 기도하였습니다. " 하나님, 죄송합니다. 홀로 잠자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눈물보다는 가슴 뿌듯한 감사가 나오는 남편이 되게 하소서. 언제든 홀로 잠자는 아내의 얼굴을 후회없이 볼 수 있는 남편이 되게하소서. "

아내의 얼굴/김필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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