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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44)울릉도 성인봉

자료공유 최용우............... 조회 수 734 추천 수 0 2011.05.05 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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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전설처럼 떠있는 바다 위 雪國

국토의 최동단 울릉도의 꼭대기가 성인봉(聖人峰·해발 984)이다. 화산 폭발로 이뤄진 한라산이나 백두산처럼 성인봉도 칼데라(다량의 마그마가 분출된 뒤 함몰돼 생긴 평탄지역)를 두고 있다. 이름하여 나리분지이다.
성인봉이 갖는 매력은 사방을 푸른 동해바다를 병풍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한라산도 마찬가지만, 성인봉은 정상 바로 발 아래 넘실대는 동해바다의 파도가 몰아친다는 점이 특이하다. 울릉읍·서면·북면 등 울릉군의 3개 읍·면의 공통된 경계점이 성인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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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이 주는 장엄함은 무엇보다 맑은 날 동쪽으로 보이는 또 다른 산(山)자 모양의 돌섬인 독도가 훤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데 있다. 또 북쪽 가까운 곳에 죽암과 삼선암, 동쪽 가까운 곳에 저동항·도동항·촛대바위·코끼리 바위 등이 한 눈에 보인다.

성인봉이란 이름은 역사적 사료 없이 전해오는 두 개의 전설에 의해 붙여진 것이다. 하나는 산 모양이 성스러운 사람을 닮았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나물을 캐러 갔다가 길을 잃어 죽을 뻔한 소녀가 꿈에 나타난 어느 노인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주민들이 그 노인을 성인으로 일컬으며 붙여졌다는 주장도 있다.

성인봉은 화산 활동이 왕성한 신생대 3기~4기(6500만년~250만년 전)에 걸쳐 조면암과 현무암이 뒤엉키면서 생겼다. 봉우리는 화산암층에 덮여 지형이 약간 완만하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아래쪽으로는 급경사의 침식계곡이 형성돼 있다.

성인봉 북쪽에 형성된 동서 길이 1.5㎞, 남북 2㎞의 삼각형 모양의 칼데라가 ‘나리분지’이다. 울릉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평탄한 지역이다. ‘나리’는 영어로 백합류의 꽃인 ‘릴리’를 대신하는 순 우리말이다. 지천에 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구상의 다른 칼데라가 그러하듯 나리분지 주변에는 급경사의 언덕배기가 솟아있다. 성인봉 주변의 형제봉·미륵산·나리령 등이 그들이다.

성인봉 주변은 전국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설국(雪國)이란 말은 겨울철 울릉도와 성인봉을 일컫는다. 올들어 2월 중순까지만 울릉도에 1가 넘는 눈이 내렸고, 나리분지에는 2에 육박하는 대설이 장관을 이뤘다.

높은 산봉우리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마찬가지여서 성인봉도 매우 신성하게 여겨졌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오랜 가뭄 때 주민들이 호미와 괭이로 성인봉 정상 주변을 파헤치면 매장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체가 나왔고, 이를 계곡 아래로 버리면 곧 폭우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신성한 곳에 더러운 시체를 함부로 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성인봉 주변은 식생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17만8000여㎡의 울창한 원시림이 천연기념물(제189호)로 지정돼 있다. 향나무·후박나무·동백 등 희귀 나무와 식물이 모두 650여종이나 된다. 대부분 성인봉의 7~8부 능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재미있는 나무 하나. 이름하여 ‘나도 밤나무’다. 높이가 대략 20 안팎인 이 나무는 밤의 까칠함이 잔가지에 솟았다. 이 나무의 유명세는 경남 함양군 소재 상림원을 비롯, 육지에 보기 드물게 산재하는 ‘나도 밤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대조적인 이름이 나무를 보는 사람들마다 입에 오르내린다.

성인봉 주변에는 다양한 새들도 모여 산다. 흑비둘기를 비롯해 모두 62종의 텃새와 철새가 있다. 1991년 3차례에 걸쳐 까치 34마리가 방사됐지만, 2~3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사라진 것이 안타까움으로 기억되는 울릉도의 성인봉이다.

〈 울릉 | 백승목기자 smbaek@kyunghyang.com 〉
 
성인봉을 오르는 길은 급경사다. 허리다리 품을 꽤나 팔아야 한다.

등산로의 첫 출발점이 해발 0이고, 해발 1000에서 불과 16가 모자라는 ‘높은’ 정상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육지의 등산기점(해발 200~400)과는 비교도 안된다. 하지만 그만큼 오르내리는 길의 매력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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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길은 크게 두 갈래다. 울릉읍 도동에서 올라 울릉읍 저동으로 내려오는 길(9㎞·소요시간 4시간)과 저동~관모봉~성인봉~알봉~나리분지~북면 천부리로 이어지는 코스(길이 12㎞·5시간30분)다. 울릉군은 지난해 경사가 매우 급한 사다리골(해발 300~500여) 주변에 등산객 안전을 위해 길이 1.7㎞ 구름다리와 데크로드(목재형 도로)를 설치했다.

도동이나 저동 중 어느 쪽에서 오르든 약 2시간 동안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깔딱고개’를 넘어야 한다. 성인봉으로 가는 길은 꼬불꼬불해서 ‘8자 길’로 통한다. 다른 길이 없는 만큼 등산 중 길을 잃을 위험은 없다.

정상에 오른 뒤 울릉도의 비경을 보려면 성인봉에서 약 10 아래에 있는 전망대로 가면 된다. 공암·송곳바위·형제봉 등 울릉도의 절경이 대부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세찬 바람을 마주하며 아래로 내려다 보는 느낌이 사뭇 낙하산을 타고 비행을 하는 듯하다.

또 성인봉에서 북면 쪽으로 내려오면 대평원인 나리분지가 펼쳐지면서 급경사를 내려온 등산객들에게 ‘극과 극’의 느낌을 갖게 한다. 너와집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고, 옛날 주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다.

등산에 앞서 도동이나 저동에서 반드시 물통을 채워서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 등산로 주변에는 물샘이 거의 없다. 하산 후 오징어회와 호박엿을 맛보고 국내 유일의 독도박물관을 구경하는 일은 성인봉이 주는 ‘보너스’이다.

〈 백승목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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