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극동방송 한낮의 음악편지] - 10.28-11.1일 방송원고
TV.라디오.방송 최용우............... 조회 수 2470 추천 수 0 2002.10.28 10:51:09방송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정오 12:30분 에...
<처음맨트> 차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 이야기]...
---------------------------------------------------------
월요일/ 이순신 장군이 고개를 숙인 이유
서울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광화문 네거리 높은 탑 위에는 큰 칼 옆에 차고 우리를 내려다보는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습니다. 원래는 그 자리에 세종대왕 좌상이 있었는데 무관 출신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이 같은 무관인 이순신장군으로 바꾸어버렸다고 합니다.
다른 여느 동상과 달리 고개를 지긋이 숙이고 광화문 네거리의 길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가지고 사람들 사이에 말이 많았습니다.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는 모습이라고도 했고, 그의 겸손한 성격을 표현한 것, 또는 박대통령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국민들에게까지 자상하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에게 그렇게 만들도록 주문을 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돌아가신 조각가의 이야기는 전혀 엉뚱합니다. 작업실의 천장이 너무 낮아서 고개를 든 장군의 모습을 만들 수가 없기에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도록 고개를 앞으로 숙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애피소드이기도 하고, 사실을 알기 전에 사람이란 얼마나 제멋대로 상상을 하는 버릇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 같습니다.
--------------------------------------------------------
화요일 / 행복
텃밭의 호박에게 물었습니다. 넌 행복하니?
대문 밖 노간주에게 물었습니다. 넌 행복하니?
화단의 봉숭아에게 물었습니다. 넌 행복하니?
파란하늘에 날아다니는 잠자리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 행복하니?
두엄자리의 굼뱅이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행복하니?
바위틈 이끼꽃에게 물었습니다. 넌 행복하니?
언덕의 대추나무에게도 물었습니다. 넌 행복하니?
보도블럭 사이에 핀 풀꽃에게 물었습니다. 넌 행복하니?
유치원에서 나오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넌 행복하니?
막쪄낸 풋고구마에게 물었습니다. 넌 곧 사람의 입속으로 사라질텐데 그래도 넌 넌 행복하니?
그들이 하나같이 대답합니다.
"그럼 넌 행복하지 않니?"
--------------------------------------------------------
수요일/ 뒤집어진 발톱
지난 여름 교회 수련회때 계곡의 바위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두 번째 발톱이 뒤로 훌렁 뒤집어져버렸습니다. 피가 솟구치는걸 얼른 손으로 누르니 잠시 후에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두 눈 딱 감고 발톱을 뽑아버렸답니다. 아! 그 발톱이 뽑히는 순간의 아픔이라니... 아내는 잘 싸매서 치료를 해야지 원시인처럼 무식하게 그걸 뽑아버렸다고 옆에서 잔소리를 해댑니다.
제 발가락중에는 유난히 못생긴 발톱을 가진 놈이 하나 있습니다.
왜 그렇게 못생겨버렸는고 하니, 전에 발톱이 뒤집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어떻게든 치료해 보려고 온갖 정성을 다했지뭡니까. 그런데 어느날 보니 뒤집어진 발톱의 안쪽에 마치 새싹이 쏘옥 올라오는 것 같이 새 발톱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헌 발톱에 눌려서 그 모양이 삐뚤어져 버렸지뭡니까!
아시겠습니까? 제가 눈물이 찔끔 나오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발톱을 뽑아버린 이유를... 다시 날 새 발톱을 위해서입니다. 헌 발톱을 치료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새 발톱을 길러내는 것이 문제라는 말입니다. 이말은 '비판 보다는 대안'이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지 말고 애정어린 대안을 생각해보고 말하세요.
---------------------------------------------------------
목요일/ 담배를 태워보고 싶다.
어느 상가에 갔는데 영정 앞에 불이 붙은 담배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생전에 어지간이도 담배를 좋아했던 사람인지라 그걸 알고 있는 친구들이 담배불을 붙여 놓았던 것입니다.
예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나온 식사를 끝내고 한참만에, 상가에서 나오기 전 다시한번 영정을 보았더니, 그새 담배는 다 타서 재로 변해 있었습니다. 담배 하나가 부서지지 않고 모양을 온전하게 그대로 유지한 채 재로 변해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돌아오면서 '담배를 태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전도사가 웬 방정맞은 소리냐고 할 지 모르지만 잘 들어보시라! 담배를 '피워보고 싶다'가 아니라 '태워보고 싶다'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나 담배꽁초나, 독한 연기는 죽어도 싫습니다. 그런데 그 흐트러짐 없이 타 들어간 담배재가 저를 이리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그 가벼운 비움이 저의 가슴을 이토록 산뜻하게 하는군요. 마치 맑은날 아침 따스한 아침햇살을 온 가슴으로 받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처럼 철저하게 가벼워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이것은 저의 평생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
금요일/ 왕따 개구리
어느 연못에 유난히 등치가 크고 성질이 고약한 개구리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연못에 있는 다른 곤충들을 사정없이 잡아먹고 같은 개구리들도 막무가내로 물어서 상처를 내는 바람에 그는 연못에서 '왕따 개구리'였습니다. 그러나 그놈은 자기에게 힘이 있어서 다른 개구리들이 피한다고 생각하고 그 기세가 날이 갈수록 더욱 등등해져 갔습니다. 이제 그는 연못에서 무서운 것이 없는 폭군이 되었습니다.
어느 여름 큰 홍수가 났습니다. 그 틈에 다른 연못에서 등치가 세배쯤 큰 황소개구리가 떠내려왔습니다. 왕따개구리는 이 커다란 녀석이 자기를 보고도 눈만 껌뻑이는 것을 보고 "이녀석! 건방지게.."
하면서 있는대로 입을 크게 벌려 황소개구리의 엉덩이를 물었습니다. 너무 입을 쫙 벌려서 무는 바람에 턱뼈가 부서지고 입이 엉덩이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입이 막히니 말도 못하고 입을 빼려고 아둥바둥 몸부림을 치다가 그만 제풀에 죽고 말았습니다. 그걸 본 황소개구리가 뒤돌아보며 한마디 했습니다.
"힘들면 놓지..."
오늘 내가 욕심사납게 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마지막 맨트> 월간 [들꽃편지]발행인 최용우전도사님이 띄워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는 cyw.pe.kr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