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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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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2001.9월 (행복수첩) 원고
좋은 옷과 새 옷
잘 알고 지내는 분께서 아이들 옷을 한 상자 보내 주셨습니다. 우리 딸들보다 한 두살 더 먹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자기 아이들이 입었던 헌 옷을 챙겨 보내 줍니다. 큰 딸 최좋은이는 하얀 레이스가 달린 치마가 그렇게도 마음에 드는지 입고서 빙글빙글 돌며 발레리나처럼 춤을 춥니다. 그리고는
"하나님, 좋은 옷을 입게 해 주셔서 고~ 맙습니다." 하고 기도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아이를 키우면서 새 옷을 산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집 아이들에게는 돌이다 생일이다 잘도 챙겨 새 옷을 사주면서 정작 우리 두 딸들에게는 맘먹고 새 옷 한벌 못 사준 것입니다. 아내는 그것이 늘 마음에 걸리는 모양입니다.
요즘에는 옷 만드는 기술이 좋기 때문에 옛날처럼 옷이 헤어져 못 입는 경우는 거의 없고, 무럭무럭 성장하는 아이들의 몸에 맞지 않아서 못 입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옷을 한 아이에게만 입히고 버리는 것은 커다란 낭비인 셈입니다.
더욱 어떤 과학잡지의 기사를 보니 한번도 안 입은 새 옷 에서는 인체에 해롭고 성장을 저해하는 '환경호르몬(Endocrine disruptor)'이 과다하게 방출된다는 것입니다. 섬유를 가공하면서 사용되는 약품이나 염색, 제단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휘발성 물질, 이런 성분들은 여러번 세탁을 해야 제거됩니다.
그런데, 헌 옷을 입으면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되고, 또한 아이들이 뛰어 노는 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물자절약에 재활용도 되고, 옷을 주신 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으니 이래저래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번 입은 옷은 헌 옷이 아니라 '좋은 옷'인 셈입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새 옷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기도 보다는 '좋은 옷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를 가르쳤습니다.
어떤 엄마들은 자존심 상한다고 자기 아이들에게 헌 옷은 절대로 안 입힌다던데, 다른 아이들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 깨끗이 손질하여 입히면서도 별 내색을 안하는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
최 용 우
'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기분 좋은 무료 인터넷신문을 매일 발행하고 있으며, 그림처럼 아름다운 충북 보은의 깊은 산골짜기에 폐교된 학교를 빌려 꾸민 [갈릴리마을]에서 나그네들을 섬기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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