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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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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프리카의 카메룬이나 세네갈이라는 나라가 어디쯤에 있는 어떤 나라인지 잘 모릅니다. 월드컵이 있기 전까지는 그런 이름조차도 들어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korea 라고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아마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은 처음 알았을 것입니다. 아프리카나 남미에서는 동양인이 지나가면 전에는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냐고 물었는데 지금은 대뜸 '대~한민국'을 외친다나요. 선교사님들도 선교를 하는데 한국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금방 사로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잠시 안식년을 맞아 귀국한 선교사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시는 말씀이 "지금 밖에서는 코리아의 4강집입으로 난리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 와 보니, 월드컵을 치룬 나라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열기가 안느껴지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합니다.
잘 마친 행사를 두고 이제와서 웬 딴지걸기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승리에 취해 있는 사람들에게 두어가지 아쉬운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붉은악마'라는 명칭입니다. 붉은악마 서포터들의 조직적인 응원이 있었기에 월드컵을 잘 치룰수 있었다는 그 공로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붉은악마'라는 명칭이 우리 스스로 지은것이 아니라 외국의 어떤 기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응원단 이름하나 못 만듭니까? 만약 그 기자가 '붉은마귀들'이라고 했다면 온 국민이 하마터면 붉은 마귀들이 될 뻔 했습니다. 이름에 대한 이견이 수도없이 나왔지만, 붉은악마들은 정말 악마처럼 다른 이름들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일축해 버렸습니다. 이름은 한번 정해지면 정말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리속에 각인됩니다. 영국 보세요. 영국이 지금도 '신사의 나라'인 줄 아십니까? 천만에요. 지금 영국은 신사의 나라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신사의 나라'라고 합니다. '붉은악마'들은 단기적으로 애국자였는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역사적으로는 대한민국을 악마들의 나라로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크나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또 한가지는 1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진 'be the Reds!' 라는 글자입니다. 솔직히 저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영어사전을 뒤적였습니다.(영어를 조금 한다는 사람들은 Be a Red!나 Be a Red Devil이라고 해야 맞답니다)
red -빨간, 피에 물든, 핏발 선 ... 그런데 R을 대문자로 쓰면 Red -붉은, 과격한, 혁명적인, 적화된, 빨갱이의, 공산주의의 의 의미가 있고, be in red 하면 '적자를 내고 있다' '망해가고 있다' the Reds는 17세기 영국의 붉은군대(부정적 의미) - (동아 프라임 영한사전 1988년판)
가슴에 새긴 글자의 의미를 알고 나니 소름이 돋지 않습니까? 우리는 영어 문화권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영어권의 사람들이 볼 때에는 가장 혐오스럽고 무시무시한 글을 우리는 가슴에 달았습니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었는지 심장이 떨리는 일입니다. 한 선교사님이 인도네시아의 밀림에 갔더니 어떤 현지인의 가슴에 한글로 '개새끼'라는 도안이 된 티셔츠를 입고 있더랍니다. 가슴의 글씨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모릅니다. 멋지쟎아요' 그래서 경악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가슴에는 우리의 한글 정자로 또박또박 '대한민국'을 써 달았어야 했습니다. 수억의 사람들이 영어를 읽을 수 있으니 영어를 썼다구요? 반대로 생각하면 수 억의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한글을 읽게 할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입니다. '대~한민국'하는 구호와 함께 딱 맞아 떨어지는 '대한민국'글자를 보여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한글은 세상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과학적이고 쉽고 조직적인 글입니다. 그 아름다운 한글을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입니다. 아, 통탄할 일이로고... 영어는 간단히 말하면 식민지 언어 입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들은 대부분 과거에 식민지였던 나라들입니다. 부끄러운 언어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그걸 챙피한 줄도 모르고 가슴에 달았다니...
<12번째 선수가 되자'는 컨셉트와 비록 영어 문구지만 한국적인 이미지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붓글씨를 이용하기로 했다. 2002개의 노루털을 바늘로 일일이 세어 붓을 만들었다. 수공으로 만든 한지 한 묶음을 가져다 수백번 같은 글씨를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하는 디자이너는 영어도 붓글씨로 쓰면 한국적인것이 되는줄로 알았던 모양입니다. 이는 마치 케이크를 시루에 담으면 사람들이 시루떡으로 인정해 줄 줄 알았다는말과 같습니다.
다들 붉은색 옷을 입고 거리를 누빌 때, 우리 두 딸내미들도 내심 빨간 옷을 입고 싶어 하길레 옷가게에 가서 그 혐오스러운 옷을 만지작거려 보았습니다. 하지만 백의의 천사 같은 이쁜 딸내미들을 악마로 만들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한글이 새겨진 티셔츠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색깔만 빨간 옷을 사 입혔습니다.
월드컵이 한참 진행중일 때도 동일한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거대한 악다구니에 묻혀서 아무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겨우16강이 뭐냐, 16강에 목숨 걸만큼 그렇게 목숨이 하찮은거냐 목숨을 걸려면 8강, 4강,우승에 걸어라 했을때도 그냥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이제 운동장에 불은 다 꺼지고, 어느정도 제정신을 차릴때 쯤 되었으니, 우리가 무엇을 실수 했는지, 한번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동일한 실수를 또 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아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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