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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660】꼬물꼬물 지렁이
마라톤 연습을 하러 금강변으로 달려갔습니다. 용수천에서 금남대교까지 팻말을 박아 만든 5km 마라톤 코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이랑 함께 달리다 보니 중간 중간에 다리놓는 공사, 길 넓히는 공사, 4대강 살리기 공사... 이런 저런 공사장이 앞을 막아 결국에는 중간에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사실상 마라톤 코스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할 수 없이 차를 몰아 독락정 근처로 갑니다. 4대강 공사로 강 양쪽에 자전거도로를 만들어놓은 곳입니다. 아직 여기저기 공사중이어서 보도블럭도 쌓여있고 시멘트 양생을 해 놓은 곳, 나무를 심고 잔디를 심은 곳등등 어수선합니다.
그 중에 물고기들이 타고 올라가도록 만든 어도(魚道)처럼 보이는 곳에 가까이 가 봤더니 물가에 뭐가 하얗게 떠올라 배를 드러내 놓고 죽어있네요. 지렁이들입니다. 시멘트 독성 때문에 죽은 것 같습니다.
꼬물꼬물 지렁아... 지렁이가 죽으면 지렁이를 먹고사는 새들도 죽거나 떠날 것이고, 새들이 떠난 강가는 너무 쓸쓸할 것 같습니다. ⓒ최용우 2011.5.22
아, 지렁이가 운다니까요
어느 날 가재와 지렁이가 놀다가 지렁이가 가재에게 눈 자랑을 했습니다.
가재는 지렁이에게 그러면 나도 눈을 한번 달아 보자고 졸랐습니다.
지렁이는 그러면 한번만 달아 보고 얼른 돌려 달라고 눈을 빼 주었답니다.
가재가 눈을 달아 보니 우와! 세상이 너무 신기하고 볼 것들이 많은 거예요.
지렁이 눈을 단 가재는 너무 좋아서 뒷걸음질로 슬슬 기어 바위 구멍 속으로 들어갔답니다.
"가재야, 가재야 어디 있니? 내 눈 줘. 가재야, 내 눈 빨리 돌려줘."
그러나 가재는 뒷걸음질로 바위 속 땅을 파며 자꾸 깊이 들어갔답니다.
가재 눈이 툭 튀어나온 이유는 얼른 눈을 박아 넣느라고 그렇게 되었고요.
그리고 가재는 지금도 자꾸 뒷걸음질을 하며 땅을 파고 바위 속으로 들어간답니다.
지렁이는 억울하고, 애달프고, 서러워서 땅을 파고 돌아다니며
"애둘애둘애두루루 애두루루애두루루애두루루" 운답니다.
-김용택 동시<지렁이 눈>
금강의 평화로운 모습(금남대교 아래)
이렇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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