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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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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금나팔 /2003년 2월호 원고
햇볕같은이야기
좋은이와 밝은이네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
11.빼깐과 차대기
막내아우의 결혼식 잔치 음식을 준비하던 아내가 고기를 잘게 썰기 위해 칼을 찾았습니다.
"어머니, 칼 어디 있어요?"
"처그 빼깐에 있다"
"빼깐?" 충청도 사람인 아내가 빼깐이 무엇인지 몰라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제게 빼깐이 무어냐고 살짝 물었습니다.
"찬장 서랍을 전라도 사투리로 빼깐이라고 해"
차를 타고 광주 결혼식장으로 가는 도중 광주시내에 접어들자마자 차가 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루하게 차 안에 앉아있던 김미례 권사님이 갑자기 뭔가를 보고 외쳤습니다.
"씨래기 차대기 굴굴어 댕긴다"
사람들은 일제히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으나, 충청도 사람인 아내는 뭔 말인지 몰라 멍 하게 있다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진 창 밖을 내다보니, 트럭에서 웬 쓰레기 자루가 떨어져 길바닥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12. 이상한 키재기
"아빠, 저 많이 컸지요? 키는 네 개 키로구요. 몸무게는 이만큼 쎈치예요"
방안에 굴러다니던 줄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던 밝은이가 누구에게 들었는지 키로, 센치 같은 단어를 구사하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도, 날마다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심각한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있다가 문득 생각이 났겠지요. 그런데 모두 엉터리네요. 키는 네 개 키로구 몸무게는 이만큼 쎈치라니... 밝은이는 몸무게는 점점 길어지고 키는 점점 무거워지나 봅니다.
13. 만두 세 개
냉장고에 먹다 남은 만두 세개가 있어서 남비에 살짝 쪄 이제 6살이 된 밝은이 에게 주었습니다.
"밝은아, 요건 밝은이 것, 요건 언니 것, 요건 예수님거야~
너 혼자 다 먹으면 안돼. 언니 씻고 나오면 하나 줘야 돼..."
잠시 후 밝은이가 빈 접시를 가지고 왔습니다.
"앗~ 만두가 하나도 없네."
"하나는 좋은이 언니가 먹고, 하나는 밝은이가 먹고, 하나는 예수님이 드셨어요"
"뭐? 하나는 예수님이 드셨어?"
"네... 예수님이 요기 나의 마음속에 계셔서 제가 제 입안으로 넣어 드렸어
"....."
14. 운전연습
저는 지금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마지막 단계인 도로연수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 두시간씩 5일 동안 연습을 하고 토요일 오전에 국가고시(?)를 봐서 합격을 하면 드디어 드디어 운전면허증이 손에 쥐어지게 됩니다.
어제는 처음으로 차를 몰고 도로로 나왔습니다. 그동안 갈릴리마을에 있던 고물차를 무면허로 용감하게 끌고 다닌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떨리거나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몰고 다니면 되는 차인 줄 알았는데, 그게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데요.
"아, 핸들을 천천히 조작하세요. 미리미리 돌리세요. 브레이크를 한번에 밟지 마세요. 기어는 직각으로 끊어 넣으세요." 강사는 옆에서 팔짱을 끼고 계속 명령을 합니다.
엄메~! 정신이 없쓰므니다. 손은 핸들에, 발 밑에는 세가지나 되는 발판이 있어 발이 정신 없이 왔다갔다... 오른손은 기어를, 눈은 전방과 백밀러를 보고.. 핸들에 신경을 쓰면 기어 넣는 게 틀리고, 기어에 신경을 쓰면 악셀러이터가 붕붕거리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혼자 고물차를 몰고 다닐때는 별로 어렵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해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며 가르쳐주는 방법은 뭐가 그리 복잡한지.
휴~ 한시간 후에야 차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학원의 연습차가 바로 나의 앞에 가는데 뒤에서 보니 완전히 갈지자 지그재그 운전이네요.
"아이고, 저 아줌마 차 좀 보소..비틀비틀" 그랬더니 옆의 강사 왈
"아이고, 아저씨. 아저씨도 뒤에서 보면 저래요"
15. 사이좋게 놀자
밝은이가 아침 식사기도 중에 불쑥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우리 엄마 아빠 안 싸우고 사이좋게 놀게 해주세요"
하하하... 엄마랑 아빠랑 무슨 일 때문에 아이들처럼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고 싸우는 줄 알았나봅니다.
"여보, 우리 앞으로 사이좋게 놀자구 ^^ "
16.가게 가기
수정 자매가 외출을 하는지 가방을 매고 정문 밖으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옷은 그냥 편하게 입은 평상복이었습니다.
"외출하세요?"
"아니요, 가게좀 가요."
"아~!"
저와 수정자매는 서로 바라보며 알았다는 듯이 겸연적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니까 동네에 가게가 두곳에 있는데, 동네 입구에 있는 어부동상회와 그 위 정류장에 있는 금강산슈퍼입니다.
규모가 조금 크고 물건도 더 많은 금강산 슈퍼에서 물건을 사면 그걸 들고 어부동상회 앞을 지나쳐와야 되는데 그게 어려운일입니다.
"워디 간데유~?"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아는체를 하는 어부동상회 양집사님 앞을 금강산슈퍼에서 물건을 산 봉지를 들고 지나오기가 참 겸연쩍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외출가방을 들고가 그 안에 숨겨오는 방법입니다.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도시에서야 서로 비교해보고 싼곳에서 물건을 사면 그만이지만 시골에서는 그게 아닙니다. 서운한 마음이 오래 가거든요.
17.뺏어먹을걸 뺏어먹어야지
<어제 산책길에 감홍시 두개를 주웠습니다.
길가에 앉아서 한개를 먹고 더 먹을까 하다가
'너만 입이냐?' 하는 소리 들리는 것 같아
풀섶에 놓아두고 돌아왔습니다.>
-홍승표<마음하나 굴러간다>중에서
오후에 호숫가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가면서 보니 동주네 감나무 아래
새들이 홍시를 쪼고 있었습니다.
"야, 이놈들아 너그들만 입이냐?"
... ... 다 뺏어 먹고 왔습니다.
-최용우
18.무신경
신경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보통 여러 개의 신경세포에서 나온 신경섬유 다발을 가리킵니다. 이 신경섬유 다발의 집합처를 중추(中樞) 또는 신경중추라고 합니다.
이 중추에서 축색돌기가 뻗어 나와 몸의 여러 곳에 분포되어 체내외의 각종 변화를 중추에 전달하고, 또 중추로부터의 자극을 몸의 각 부분에 전달하는데, 중추에서 뻗어 나와 있는 이들 신경섬유를 말초신경(末梢神經)이라 합니다.
신경이 자극을 전달하는 것은 신경의 흥분이 신경섬유를 이동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고, 신경섬유는 세포막을 경계로 하여 그 안쪽과 바깥쪽 사이에 나트륨이온(Na+)과 칼륨이온(K+)의 농도에 큰 차이에 의해서 신경흥분의 강도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 참으로 신경이 둔한 사람입니다. 눈 코 입 귀 피부를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가 얼른 뇌에 도달하여 정보를 판단하고 가공하여 다음 행동의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무척 느립니다.
어제는 산책길에 호수가에 죽어서 둥둥 떠 있는 팔뚝만한 붕어를 보았습니다. "에잉~ 이게 머야..." 하면서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습니다.
오늘 버스를 타고 대전에 나가다가 갑자기 머리에 불이 들어오고 정보가 도착하였습니다.
"아! 참! 죽은 고기! 그걸 왜 건져내지 않았지? 그냥 두면 물 속에서 부패할터인데... 그걸 왜 사진까지 찍어 놓고는 그냥 뒀을까..."
도대체 제 머리는 cpu가 얼마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오감을 통해서 입력된 정보에 대한 결과가 어째 이제사 나오느냔 말입니다. 딱 보는 순간에 건져내야 된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 것인지... 돌대가리도 이런 돌대가리가 없습니다.
19.새벽의 단소소리
군포 에덴기도원에서 열린 이상일 장로 1주기 추모모임 겸 사경회에 다녀왔습니다. 말이 사경회지 그냥 아는 분들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는데, 저는 기도원에서 밤에 철야도 하고 싶었고, 몸과 마음을 좀 안식하고 싶은 생각에 훌쩍 걸음을 하였습니다.
월요일 저녁에는 이현주 목사님과 함께 두어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참으로 영이 풍성해지고 넉넉해지고 편안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만남은 이렇게 사람을 회복시킵니다. 모임을 마치고 원래는 철야기도를 하고 싶었는데 그냥 잤습니다. 얼마나 깊이 단잠을 잤는지 기분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새벽에 예배당에서 아름다운 단소소리가 났습니다. 처음에는 새벽기도를 위해서 찬양테잎을 켜 놓은 줄 알았는데, 가만히 잠결에 들으니 소리가 자주 끊기고 박자가 잘 안 맞는 은혜버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 이 소리는 이현주목사님이 부는 단소소리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정신이 말짱해졌습니다. 아련히 들리는 새벽의 단소소리는 너무나 은혜롭고 천상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같았습니다. 숨결의 떨림까지 그대로 감정이 느껴지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소리를 취해서 들었습니다. 악기소리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담을 수도 있는 것이구나.
연주할 줄 아는 악기라고는 '큰북' 밖에 없어서,(큰북은 박자에 맞추어 둥 둥 둥 치기만 하면 되니까) 꼭 악기 하나쯤 배우고 싶었습니다. 배운다면 오카리나를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시작하자 하는 생각에 오후에 돌아오면서 당장 악기점에 들러 오카리나를 하나 샀습니다.
오카리나를 열심히 배워서 하나님을 멋지게 찬양하고 싶습니다. 잠깐 불어 보았는데... 어째, 이 아름다운 악기 속에서 제가 불면 쉭! 쉭! 바람 빠지는 소리나 아니면, 삐뽀삐뽀... 시끄러운 소방차 소리만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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