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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663】버린 자식들
얼마 전에 고등학교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버린 자식들' 이야기입니다. 요즘 고등학교 교실 풍경을 보면 전체 학생 중 실제로 공부를 하는 학생은 10% 남짓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잠을 자거나 멍 -한 상태로 앉아 있다고.
학교 수업이 끝나갈 때 쯤 나간 정신이 돌아와 말똥말똥해져서 대부분 학원으로 달려가고 학원 끝나면 밤새도록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가 자는둥 마는 둥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 사형장에 끌려가는 사형수 마냥 학교에 와서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조는 생활을 3년간 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이런 학생들을 아무리 야단을 쳐봐도 안되고 권면을 해봐도 안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10%의 열심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고 나머지를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고3이 되면 '고3병' 이라 하여 온 집안 식구들이 난리법석을 떨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돈 많은 일부 학생들의 이야기이거나, '집' 에서의 이야기일 뿐이고 학교에서는 부모들은 까맣게 모르는 '버린 자식들'이라며 한탄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공부를 잘하는 상위 10%를 위해서 국제중학교니, 특목고니, 자립형사립고 따위를 세우고 특별 지원하고 언론플레이를 하는데 정신이 팔려 잘 못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을 그냥 '버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잘 알려진 고등학교 현직 교사의 말이니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도 고등어 한 마리 팔딱팔딱...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주말에 집에 오면 아주 허리가 꼬부라지도록 잠만 자다 갑니다. 도대체 학교에서는 아이들 잠도 안 재우고 공부만 시키.... 지는 않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특별히 공부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공부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상위 10%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나머지 90%의 '버린 자식들'을 위한 교육으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최용우 201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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