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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665】직업 이야기
어떤 사람들은 제가 일도 안하고 글이나 쓰면서 펑펑 노는 줄 알아요.^^ 그렇게 보인다니 참 다행입니다. 제가 한결같이 전하는 메시지가 '평안, 안식, 쉼, 자유, 따뜻함, 여유' 같은 것인데, 만약 제가 정신 없이 바쁘게 살면서 그런 말을 하고 그런 글을 쓴다면 하나도 설득력이 없겠지요? 자신은 바쁘면서 남들에게는 쉬라니... 그것은 모순(矛盾)이지요.
교회에서 여름수련회를 어디로 갈까 이야기하다가 탄광사무실 자리에서 교회를 시작한 강원도 정선의 어떤 교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또 젊었을 때 탄광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아니었습니까" 그냥 제 입에서 튀어나온 이 한마디가 어떻게 하다보니 과거에 제가 했던 직업 이야기를 줄줄이 하게 되었습니다. 하이고... 내 주둥이가 진짜 주책바가지야.
광부, 선원, 청소부, 신문배달부, 빵공장에서 빵 만들던 이야기, 우유배달하다 망한 이야기... 결혼한 뒤로는 화물터미널 짐꾼, 용광로 앞에서 쇳물 녹였던 이야기... 뭐, 이 정도면 일 좀 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짜 젊었을 때 속된말로 뺑이를 쳤지요.
그러니 지금 일도 안하고 글이나 쓰면서 펑펑 노는 것처럼 보여도 이해해 주세요. 과거의 일을 했던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은 '글이나' 쓰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벌써 눈도 침침해지고 고개도 빳빳해지고 손꾸락도 삐뚫어지고... 글을 쓰는 일도 장난 아닙니다. 물위에 떠 있는 백조가 평화로워 보여도 물 속에서는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저도 지금 펑펑 노는 것처럼 보여도 물 속에서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죽어라고 발을 움직이고 있거든요^^ ⓒ최용우 201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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