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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시루떡과 고양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451 추천 수 0 2011.06.06 12: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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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에 깜짝 놀란 고양이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쳐다본다. 검은 연탄이 궁궐 담장마냥 가지런하게 쌓아진 골목 끝집. <스타워즈>의 주인공처럼 대나무 작대기를 하나씩 치켜들고 칼싸움 놀이를 하던 애들이 고양이를 따라서 소슬문 안으로 후다닥 사라졌다. 방학 통에 찾아온 외손자들이나 되는 모양 같다. 부서지지 않고 하얗게 식은 연탄재가 꽁꽁 얼어붙어 있구나. 오래되어 녹이 슨 집게는 연탄을 있는 힘껏 꽉 물고 서 있고. 나도 순간 추워서 이빨을 세게 물었다. 앵두나무 우물가, 살얼음이 깔려 있어 조심조심. 논두렁 사잇길로 졸졸거리던 도랑물 소리, 한동안 맹추위에 들리지 않는구나. 난쟁이보다 키 낮은 함석집이다. 반가운 자녀들로 오늘은 간만에 훈훈한 기운. 영하 추위가 염려 없겠다. 나는 안심하고서 뒤돌아섰다.

 

엊그제 내 생일날, 친구가 시루떡을 한 상자 안겨주어서 가깝게 지내는 골목집들과 나눠먹었다. “오매! 무슨 일루다 오샜다요?” 오매!라는 반기는 말에 가슴 저 밑까지 통게통게 해가지고 “떡이 생겨가꼬요.” “뭔 날이시다요?” 척하면 앵 알아먹고들 건네시는 덕담들. 그 덕담대로만 살아간다면 만사형통 무병장수겠다. 예전엔 예배 마칠 때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축복기도를 했다. 이제는 반대로 내가 축복기도를 받으면서 산다.

빈집 툇마루, 바가지로 떡을 덮어두고 나온 뒤끝이 시렸다. 출타 뒤에 집에 다시 오셨는지, 떡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찾아간 길. 고양이가 야오옹 하면서 돌아서는 나를 붙잡는다. 고양이에게 ‘잘 있어!’ 하고 손을 흔들었다. 말없이 가는 법이 어디 있냐며 아쉬운 표정. 설마 주인 몰래 내 떡을 먹은 건 아니겠지? 의심을 거두고서 착한 고양이에게 다시 한번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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