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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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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 22
밝은이의 인라인스케이트
오래전부터 좋은이(초4)가 인라인스케이트를 갖고 싶다고 졸라서 ‘아빠가 사 줄 수는 없고 그러나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고 알려주었습니다. ‘첫째는 열심히 돈을 모아서 사는 방법이 있고, 둘째는 하나님께 기도해서 응답 받는 방법이 있다.' 좋은이가 처음에는 열심히 돈을 모으더니 잘 안 모아지는지 어느 날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어떻게 기도해야 돼요?”
“하나님! 인라인스케이트를 갖고 싶어요.”
“…기도가 그렇게 간단해요?”
“응. 간단해.” 그 날부터 좋은이가 입을 열어 그렇게 간단한(?)기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신기하게도 기도한 지 이틀만에 좋은이의 인라인스케이트가 생겼습니다. “아빠! 기도 응답 받았어요. 세상에 이렇게 빨리 될 줄이야.” 한동안 좋은이가 흥분해서 간증(?)을 하고 다녔습니다.
산골마을의 세 언니들은 다 인라인스케이트가 있는데 밝은이(초1)는 롤러스케이트를 타고도 씩씩하였습니다. 그런데 언니들이 동네에 있는 산림박물관 가자며 자기들끼리만 쌩 가버린 것입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고는 따라갈 수가 없어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달려와 아빠를 졸랐습니다. “아빠, 저도 언니처럼 인라인스케이트 갖고 싶어요.”
“그럼 언니처럼 하나님께 달라고 기도해”
“아빠…아빠가 사 주세요. 저는 아빠가 하나님이에요. 하나님이 그것도 못해요?”
아빠를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는 밝은이의 마음이 제 마음을 찡하게 했습니다. 사실은 아빠인 저도 ‘하나님은 제 아버지신데 저는 쪼잔한 아버지를 둔 적이 없습니다. 빨리 들어주세요.' 어쩌고 하면서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 지금 한 가지 있거든요.
그래서 두말 하지 않고 “그럼 잠깐 일루 와 봐!” 인터넷 인터파크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검색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았습니다. 밝은이가 갖고 싶은 색깔로 골라 주문을 해 주었습니다. 주문한 다음날 바로 택배로 도착하였는데 보니 선물로 안전장비까지 따라왔습니다.
“와~ 나도 응답 받았다. 나도 기도 응답 받았다… 아빠가 사 주시기를 기도했거덩요.” 그래, 그게 그렇게도 좋냐 그렇게도 좋아?
밝은이가 얼마나 좋은지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방 안에서 빙빙 돕니다.
“이눔시키… 아무리 좋아도… 집 안에서 타면 안 돼. 밖에 나가서 타! 그리고 들어올 때는 신발장에 놓고 들어와.”
밖에서 한참 타고 놀던 인라인스케이트를 비닐봉지에 다시 싸서 엄마 몰래 침대 밑에 숨겨놓는 밝은이. 엄마도 오늘 하루는 모른 척 해 줍니다.
최용우/전도사
<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꽤 괜찮은 인터넷신문을 만들며, 충청도 산골짜기에 있는 목회자 쉼터 ‘산골마을-하나님의 정원’에서 오가는 나그네들을 섬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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