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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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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4.2 제1631호
최용우의 산골편지
염소와 아이들
지난 겨울 동안 우리 안에만 있던 동네 민박집 할아버지네 염소 네 마리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목에 편경을 달고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길 옆 언덕에서 풀을 뜯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왜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가느냐고 음매애애애… 부릅니다. 멀리서도 딸랑 딸랑 편경소리가 참 맑습니다.
아이들을 차로 정류장에 데려다 주고 오는데 염소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서서 안 비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그냥 그대로 서 있습니다. 창문을 내리고 “야! 비켜.” 하고 소리를 쳤더니 오히려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그렇게 한 5분쯤 눈싸움을 하다가 비킬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빵-빵-’ 했더니 슬그머니 길가로 비켜섭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저 위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또 염소가 다른 차를 가로막고 서 있나 봅니다.
아내에게 염소 이야기를 했더니 깔깔대며 웃습니다.
밝은이가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언덕에서 놀고 있는 까만 염소를 보았습니다.
“아빠, 저 염소 아직 집에 안 갔네요. 그런데 염소는 사람을 안 물어요?”
“음. 안 물어. 아빠도 어렸을 때 염소하고 친하게 놀았어. 한번 가까이 가볼까?”
밝은이가 다가가기도 전에 염소들이 먼저 우르르 달려옵니다.
염소 수염을 잡아당기고 볼을 만져보고 등도 쓸어보며 신기해하는 밝은이.
집에 달려가자마자 가방을 아무데나 휙! 던져 버리고 언니를 찾습니다.
“언니! 빨리 와 봐. 저기 염소 있어. 염소 보러 가자.”
두 놈이 염소 보러 간다고 졸래졸래 나가는 걸 사진기 들고 뒤따라갔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염소를 보면 무서워하더니 올해는 좀 컸다고 해가 호수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염소들과 함께 잘도 노네요.
음메에에에에에에… 해가 넘어가니 염소가 목청껏 소리를 지릅니다.
“하하하. 해 넘어갔으니 빨리 자기를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저러는 거래요.”
염소 주인 할머니에게 들었다며 아내가 웃으며 말합니다.
어둑해지자 드디어 동네 민박집 할머니가 와서 염소들을 끌고 가십니다.
그런데 염소를 끌고 가시면서 계속 염소와 실랑이를 하네요.
“이놈의 염생이 새깽이들이… 끌면 끈대로 따라와야지! 원채 고집이 세서 원….”
최용우/전도사
<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꽤 괜찮은 인터넷신문을 만들며, 충청도 산골짜기에 있는 목회자 쉼터 ‘산골마을-하나님의 정원’에서 오가는 나그네들을 섬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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