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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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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7일-1635호 최용우의 산골편지
아내와 고사리
아, 정말이지 나에게도 아내가, 여자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 나에게도 긴 머리를 단정히 묶은 여자, 하얀 수건을 쓰고 햇빛 좋은 뚤방에 앉아 파를 다듬으며 재채기를 하는 여자가, 아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가 저물고 달이 뜬 밤이면 손을 잡고 강가에 앉아 달빛에 죽고 사는 물결을 같이 보는 아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김용택 <풍경일기> 중에서
표지가 예쁜 김용택 시인의 책을 읽다가 갑자기 마음이 찔렸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아내가 고사리 꺾으러 앞산에 가자고 조르는 것을 싫다고 그랬거든요. 혼자 가면 무섭다고 그냥 따라만 다녀달라는데 나는 “바뻐!” 그랬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게 소원인 그 아내가 나에게는 있는데, 있기만 해도 행복한 일인데 워째 내 입에서 “바뻐!” 소리가 나왔을꼬….
‘오늘은 “그래” 하고 만사 제쳐놓고 함께 앞산에 고사리 꺾으러 가야지. 그래서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줘야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고사리는 꺾는 순간이 있어서, 바로 그 순간에 꺾어야지 하루 이틀만 지나도 쇠어버립니다. 그걸 아는 아내가 오늘 꺾어야 될 고사리가 있다며 또 아침부터 산에 가자고 조릅니다.
저는 아내와 뒷산에 고사리를 꺾으러 올라갔습니다.
서로 떨어져서 각자 고사리를 꺾고 있는데 무덤 아래 바위틈에서 뱀 한 마리가 고개를 들고 혀를 낼름거리며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몸과 머리 모양을 보니 독이 없어서 위험하지 않은 살뱀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뱀과의 눈싸움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뱀을 노려보는데 뱀에게도 콧구멍이 있는 겁니다. 마치 바늘로 콕콕 찔러 놓은 것 같은 구멍 두 개가 입술 위에서 벌름벌름 했습니다. 하도 우스워 그만 웃고 말았지요. 순식간에 뱀은 돌 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을 할까 하다가 놀랠까봐서 뱀을 봤다는 이야기는 안 했습니다.
아, 그런데 고사리를 다 꺾은 다음 산을 내려가려는데 요녀석이 풀섶 사이로 스르르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도 봤는데 안 놀라데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너 코 벌름거리는거 봤다고 소문 안 낼게’ 하고 말했거덩요. 오메, 그런데 전국적으로 소문을 다 내고 있네 지금….
최용우/전도사
<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꽤 괜찮은 인터넷신문을 만들며, 충청도 산골짜기에 있는 목회자 쉼터 ‘산골마을-하나님의 정원’에서 오가는 나그네들을 섬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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