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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믿음으로써 불편해지는 게 더 많다

선교화제현장 조현 기자............... 조회 수 1791 추천 수 0 2011.07.06 06: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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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ell.hani.co.kr/?mid=media&category=102&page=5&document_srl=4891 
‘기독교 원로’ 이만열 교수
한기총 태생적 한계, 기독교 영성 찾기 어려워

사회의식 마비 시키는 건 되레 기독교 아니다
 
 
이만열교수6 copy 2.jpg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사진)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다니기 시작한 교회가 속한 고신교단을 지금까지 벗어난 적이 없다. 고신교단은 일제하 신사참배에 가장 강하게 저항해온 교단이다. 그 저항에 민족정신이 함께 하지 않았을 리는 없지만, 순교정신의 발로는 한치도 타협할 수 없는 근본주의적 신앙이었다. 그는 보수적 기독교 신앙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요즘 보수적인 신앙인, 즉 복음주의권 목사들과 원로들에게 흔히 풍기는 배타성이나 외향성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오늘 먹을 것이 떨어져도 기개만은 잊지 않았던 딸깍발이 선비 처럼 초심을 잃지않은 내적 강인함 속에서도 강자보다는 약자들 쪽에 귀를 열어두는 연민의 마음이다.
 
‘해방 이후 한국기독교역사’ 강의
 
숙명여대 한국사 교수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과 한국독립운동사 편찬위원회위원장을 지낸 역사학자이지만 지금도 빼지 않고 성서읽기와 기도로 한시간 이상을 보내는 신앙인에게서 풍기는 인상이다. 그는 지난 1991년엔 김진홍 목사와 함께 공동발행인으로 개신교의 대표적인 잡지 중 하나인 <복음과 상황>을 창간하기도 했다. 
 
그가 한국 기독교의 초심을 열었던 서울기독교청년회(YMCA)에서 2일부터 예언자적 외침을 내뿜기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8차에 걸쳐 이어질 강좌는 ‘해방 이후 한국기독교역사’다. ‘한국 역사 속에 살아있는 그리스도인’이란 주제로 이준 열사와 남강 이승훈, 이동휘,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조만식 등 초기 개신교인으로서 민족을 위해 헌신한 선구자들을 조명한 지난해 강의 후속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옆 빌라에서 강좌를 준비 중인 이 교수를 만났다. 과거보다는 화려한 미래의 성장에 눈길을 모은 한국 기독교에서 웬 ‘힘들었던 초기의 역사’일까.
 
“한국 기독교는 식민지 시대엔 독립운동을, 독재시대엔 민주화와 인권 운동 등에 앞장서며 시대적 소명을 외면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를 감당했다. 민족을 깨운 선구자들 뿐 아니라 일제 앞잡이였던 외교고문 스티븐스를 처단한 장인환, 이토오 히로부미를 처단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자결한 정재홍. 명동성당서 이완용을 가해한 이재명 의사, 친일파 일진회 이용구를 처단하려한 이학필 목사 등이 기독교인이었다. 3·1운동 때 민족대표 33명 중 16명이 기독교(개신교)인이었고, 33인에 포함되지않고 운동을 이끈 15명의 기독교인이 더 있었다. 당시 기독교(개신교)인은 20여만 명에 불과했다. 200만~300만명에 이르던 천도교인의 10분의1에도 미치지못했다. 당시 기독교(개신교)인 참여자가 전체 참여자의 17~23%였는데, 그 때 감옥에 끌려간 사람들은 천도교인보다 더 많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예수 만사형통론 풍미, 대형교회들 자기 도취 빠져”
 
이만열교수7 copy.jpg초기 가톨릭과 조선이 극한 대립을 했던 것과 달리 초기 개신교가 비교적 쉽게 착근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독립운동을 통해 민족과 일체감을 이룬 덕이라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1885년 제중원(한국 최초의 서양병원)을 설립한 의료선교사인 알렌이 서양에서 온 복음선교사들에게 ‘함부로 예수라는 말을 떠들지 마라’고 경고할 정도로 초기엔 전도보다는 의료봉사와 교육에 주로 앞장섰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유럽과 미국의 직접 식민지가 된 것과 달리 일본의 식민지가 됐고, 당시까지는 일본의 뒤에 영국과 미국이 있다는 인식을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기독교가 제국을 앞세운 종교라는 인식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안으로는 봉건과 부정과 부패를 척결해 인간평등과 남녀평등,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외적으로는 외세의 침략을 물리쳐 부국강병해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기독교를 택한 이들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3·1운동 뒤 현실를 타개하기보다는 ‘예수 천당’이라는 내세 지향적인 신비주의가 풍미하기도 했지만, 60~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도 기독교(개신교) 없이 민주화와 인권, 통일운동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최전선의 최선봉에 섰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예수 믿으면 영혼 구원 뿐 아니라 건강도 얻고, 부자도 된다는 만사형통론이 풍미하더니 이렇게 성장한 대형교회들이 자기 도취에 빠져 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할 말을 다할 수 있을 때 말하는 것은 천박한 세속주의자이며 할 말을 할 수 없을 때 말하는게 예언자라고 했던가. 그는 보수교단에 속하면서도 기독교의 원로 대접을 받는 몸이다. 하지만 상당수 기독교 목사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진보 기독교단체도 정체성 잃어…자신과의 싸움 중요”
 
그는 “예수를 믿음으로써 불편해지는 게 더 많다”고 믿는 쪽이다. 그래서 만사형통을 지향하며 세상적으로 성공했다는 대형교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대해 ‘세상적인 세력은 가지고 있을 지 모르지만 기독교로서 가져야 할 영성은 찾기 어렵다’고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특히 “진보적 기독교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기총은 그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개인의 복을 비는 이기적 종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란 등식을 인정할 수 없다. 자기 개인이나 개교회, 개교단을 위해 기독교와 사회와 세상을 도외시한 채 사회의식을 마비시키는 종교는 오히려 기독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다고 전체만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시대적 소명을 다해온 진보단체들이 예전에 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기독교로서 정체성을 잃은 때문이라고 본다.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 단체로서, 종교적 영성을 확고히하면서 나아가지 않으면 본말이 전도되고 만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종교와 종교단체는 외부와의 싸움에 앞서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초기 기독교인들과 달리 엄청난 세력을 갖고 있음에도 끊임 없이 성장과 성공신화에 매몰된 한국 교회가 정작 종교 본연의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이 회개와 정화인데, 자만과 자기도취를 부추기는 대형화는 회개와 정화와 더욱 거리를 멀게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수천억원대의 건물을 짓는다는 ‘사랑의교회’를 보는 그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한국 기독교의 영성 회복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자는 가난운동과 작은교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모든 것을 자기 혼자, 자기 교회 혼자 다 하려하고, 연대의식이 약하다”면서 “이제 작은 교회들이 손잡고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작지만 컸던 이 땅의 초기 기독교 선구자들을 따르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초심을 잃지 않은 눈빛으로 그가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만큼 단단한 것은 하나의 큰 쇠줄이 아니라 3만개의 가는 줄이 함께 엮어졌기 때문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역사학자’ 이만열 교수가 본 기독교와 민족
민족은 하나님의 섭리로 이해해야…민족 문화 소중
단군 우상으로 파괴하면 기독교 반민족주의자 낙인
 
한국 개신교는 3.1운동과 독립운동을 통한 ‘민족적’인 모습과 함께 반민족적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주도한 단군과 전통문화에 대한 ‘우상시’와 파괴, 남북간 민족적 화해의 저해 등이 그런 반민족적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한국 개신교의 원로이면서 역사학자인 이만열 교수는 ‘개신교와 민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기독교(개신교)는 보편 종교이기 때문에 민족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바울서신에도 보면 ‘온 천하를 여러 혈통으로 만드시고, 지역과 시간에 한계를 두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섭리 아래서 이뤄진다’고 했다. 민족은 하나님의 섭리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민족의 문화와 가치도 소중하다.”
 
이 교수는 기독교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도 한글 성경을 번역하면서 여호와를 하나님(또는 하느님)으로 번역해 한민족이 오랜 옛날부터 믿고 의지했던 하느님을 기독교와 접목시킨 덕이 적지않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그래서 “민족문화가 때로 세속화하고 타락하면 원상으로 회복시키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버리게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하나님이 우리 민족에게 준 은총을 한국 기독교인들이 더 풍요롭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개신교인들이 단군상 파괴에 앞장설 때 이를 가장 우려했던 것도 그였다.
 
“단군은 한말 독립정신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일제 치하에서 맨처음 지운 것이 단군이다. 단군을 신화로 만들어놓고 기자와 위만, 한사군을 역사의 맨 첫대목에 두었다. 한민족은 독립국가가 아니라 애초부터 남의 나라 식민지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그런 식으로 일제 식민사관에 동조해 단군을 지운다면 기독교가 반민족주의자로 낙인 찍힐 뿐”이라며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역사 연구를 지원하고 단군 연구를 심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일제의 암울한 상태에서도 우리는 노예상태의 민족을 결집시킨 모세를 통해, 그리고 거인 골리앗을 쓰려뜨려 이긴 다윗과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다니엘 등의 구약을 읽으며 민족 구원의 희망을 가졌다”고 말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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