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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있는  책의 표지를 넘기면 이런 싸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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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부음소식을 듣고 아이들 방에 굴러다니던 <몽실언니>를 주워 왔습니다.
누군가 '<몽실언니>는 억장이 무너지는 이야기다' 라고 했던 글을 본 기억이 나는데, <몽실 언니>에서 '몽실이'를 떠올리면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몽실이는 실은 '권정생'작가 자신이기도 합니다. 도무지 가난을 모르고 풍요롭고 넘실대는 부(富)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책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억장이 무너지는 가난을 경험해 본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몽실이'를 통해 위로 받고, 감동 받고, 삶의 의지를 배웁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자, 만주나 일본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일본 거지' '만주 거지'가 되었는데, 몽실이네 가족도 바로 그 거지 중 한 사람으로 몽실이는 그때 7세 정도였습니다. 책의 내용은 그때부터 몽실이가 40세 조금 넘어서 때까지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그러나 사실 어른이 된 모습은 10여쪽 정도이고, 나머지는 몽실이가 13,4세 때까지 일로 대부분의 페이지가 채워져 있습니다.
몽실이는 새아버지로 인해 다리병신이 되어야 했고, 새엄마와 아버지 사이 에 난 동생 난남이를 길러야 했고, 엄마와 새아버지 사이에 난 동생 영득 이와 영순이를 돌보기도 합니다.
몽실이는 그런 자기에게 닥친 모든 일들 앞에서 투정부리지 않고. 오히려 아주 꿋꿋하게 올곧게 살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은 곱추와 결혼 한 몽실이의 삶에서 더욱 완결성 있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몽실이의 삶과 소재가 어떤 이들은 동화로 볼 수 없다고 하기도 하지만, 아주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는 몽실이의 삶을 특별하게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 하며 강요하지 않고 그저 몽실이의 위치에서 몽실이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단순하게 보여주기만 합니다. 작가는 이야기를 굳이 설명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건으로 실감나게 보여줌으로 책을 읽는 사람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책 마지막에 이르면, 새엄마를 닮아 폐병을 앓고 있는 난남이가 병이 낫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초등학교 교과서 같은 모양이었는데 나중에 새로 나온 책은 아담하고 예쁜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처음 구입했던 책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르겠고, 이후에 서점에서 새로 나온 책을 사서 아내에게 선물했던 책입니다. (저는 결혼 초부터 가능하면 한 달에 한 권씩 아내에게 책을 사주는 좋은 남편인데(ㅎㅎㅎㅋㅋㅋ),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그걸 거부하고 그냥 현금으로 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읽고 싶은 책은 따로 있다고...) 그렇게 아내에게 사 주었던 책을, 이제 아이들이 읽어도 될 나이가 되어서 아이들 책꽂이로 옮겨놓았었습니다. 아이들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다시 손에 잡아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작은 교회당 종지기로 사셨던 권정생 선생님... 고인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