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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내려놓음/규장>을 읽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결심

아이들이 이제 조금 컸다고 "아빠는.. 아직도 제가 어린애인줄 아세요?" 하고 대꾸하면서 부모의 말을 안 들으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일 때는 무조건 순종을 했는데, 이제는 따져 보아서 자기에게 도움이 되면 말을 듣고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일인 것 같으면 부모의 말이라도 말을 듣지 않겠다는 발칙한 도발입니다.
아이들의 그러한 태도에 섭섭한 생각이 들다가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 대한 나의 태도가 영락없는 아이들 같다는 생각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내 믿음이 연약하고 힘이 없을 때는 하나님께서 명령하시는 일은 순수하게 순종을 했습니다. 그런데 믿음의 연륜이 쌓이고, 신앙의 경험과 지식이 쌓이고, 기도 라도 좀 하고 나면 더욱 겸손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뭐라도 된 듯 하나님 앞에서 오만방자해집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서울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된 저자는 안락한 미래의 보장과 인간의 기대를 전부 내려놓고 지금 가족 모두 몽골 선교사로 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대로 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는 뜻의 '천국 노마드(유목민)'의 삶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소문도 없이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된 책입니다. 아마도 서울대, 하버드대를 졸업했다는 최고 학력 소유자가 그것을 '내려 놓고' 지금 몽고에 선교사로 나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었고, 책을 읽으면서는 책 안에서 글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고 그것이 입소문 으로 번지면서 단기간에 많이 팔리는 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지식이나 머리로 쓰여진 책에는 지적인 기운이 흐르지만, 삶으로 가슴으로 쓰여진 책에는 감동이 흐릅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경험과 삶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감동이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진지한 만남을 통해서, 겸손하고 온유한 모습으로 주님께 순종하고, 주님을 따라가는 저자의 태도가 너무나도 감격적이고 커다란 도전을 줍니다.
나도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결심을 합니다. 나도 내 뜻과 내 계획과 내 생각을 내려놓고 온전히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그분이 뭐라 하시든 그 말씀에 온유한 마음으로 순종하고자 합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주님께 항복하고자 합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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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대신 예배를 택하는 마음

2005년 봄, 몽골 이레교회에서 개척한 베르흐 지역의 예배처소를 방문해서 예배드리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벌러르라는 자매가 예배 시간에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교회에 들어왔다. 그녀는 몇 달 전 우리 팀의 기도를 통해, 듣지 못하던 귀가 열린 자매였다. 예배 몇 시간 전에 소를 잃어버려서 소를 찾으러 뛰어다니다가 예배시간이 임박한 것을 알고, 소를 버려 두고 말씀을 들으려고 들판을 가로질러왔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하나님께 그녀가 소가 아닌 예배를 택한 그 믿음의 결단을 부끄럽게 하지 말아달라고, 그 자매가 소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시며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힘을 의지하다가 안 되면 자신의 실패지만, 하나님께 의지하다가 실패한다면 하나님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선포하고 기도했다.
예배를 마치자마자 밖에서 소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잃었던 소가 집이 아닌 예배 처소를 먼저 찾아온 것이다. 소가 아닌 예배의 기쁨을 선택한 소녀는 예배와 소, 두 가지를 함께 얻었다.  (책 p.17-18에서 )

내려놓기 전에는

동연이가 두 살 때 함께 장난감 가게에 간 일이 있다. 동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버즈(만화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캐릭터) 장난감을 두 팔로 꼭 움켜쥔 채 가게를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장난감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계산대에 올려 바코드 판독기를 통과시켜야 했다.
그래서 점원이 동연이의 팔에서 장난감을 넘겨받으려고 했을 때, 동연이는 울며 장난감을 꼭 쥔 채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장난감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잠시 계산대에 그것을 내려놓아야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영적인 선물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가 내려놓기 전에는 진정한 것을 얻을 수 없다. 영적으로 어린 아이인 우리는 내려놓으면 빼앗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움켜쥐려 하고, 결국 그렇게 잡고 있는 한 그것은 진정한 우리 것이 되지 못한다. p26-27

하나님과 함께라면

영국에서 나오는 여행 전문 서적인 로운리 플레닛 시리즈의 몽골편을 골라 들었는데 표지에 사막 사진이 있었다. 동연이에게 물었다.
"동연아, 너 여기 가고싶니?"
"아니." 아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엄마가 지금 여기에 가 있는데도?"(1개월 보름 예정으로 비전트립을 떠났다)
"그럼 갈래요. 거기 좋아"
동연이에게는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사막인지 아닌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와 함께라면 어떤 곳에서라도 행복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내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환경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하나님을 소유하면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곳에 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곳에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는가'이다. p48-49

둘째아이 서연이는 내 품에 안겨 있을 때에 종종 장난삼아 몸을 뒤로 확 젖힌다. 떨어지지 않게 내가 팔로 내가 자신을 받쳐줄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아이는 그러한 놀이에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서연이는 다른 사람에게 안겨있을 때에는 결코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안고 있는 사람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연이를 보면서 믿음이란 하나님께 전적으로 몸을 맡기는 행위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용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