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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706】사라진 꿈
오래 전에 청원군 어느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골짜기를 천천히 더듬으면서 숨어살기 좋은 곳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정말 기가막힌 곳을 우연히 한군데 발견했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작은 기도원이었는데, 손재주가 많고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는 어떤 무명의 신앙인이 오랫동안 조금씩 가꾸고 다듬어 온 공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산에서 조금 높은 언덕에 올라가 말씀을 전하신 것처럼 언덕을 깎아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만든 야외예배당이나, 예수님이 여인에게 물 한잔 달라고 했던 사마리아 우물가를 재현해 놓았고, 여기저기 수도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홀로 기도하는 기도처도 있었고, 사람이 올라가도 될 만큼 큰 뽕나무도 있었습니다.
참 좋다... 정말 좋다... 주님, 저에게도 공간을 주시면 이렇게 만들겠습니다. 누구든 그냥 이 안에 들어오기만 해도 주님의 향기에 푹 젖어드는 그런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 두었던 그곳에 우연히 거의 7-8년 만에 다시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의 모습을 다 잃어버렸더군요. 어떤 큰 교회에서 그곳을 인수해 기도처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관리가 안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만들었던 십자가나 간판이나 장식들은 다 부식되어 있었고, 모기가 얼마나 많은지 헌혈을 잔뜩 해주고 왔습니다. 나무도 다듬어주고 볕이 들어오게 해야 해충들이 생기지 않는데, 그냥 내버려두었다는 뜻입니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이전 주인은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저곳을 포기했을까요. 다시 가보지 않았다면 영원히 마음속에 정말 아름다운 곳으로 남았을텐데 좋은 꿈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최용우 20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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