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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시는 하나님

출애굽기 정용섭 목사............... 조회 수 2119 추천 수 0 2011.09.08 19: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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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출2:1-10 
설교자 : 정용섭 목사 
참고 : http://dabia.net/xe/538188 

 

건지시는 하나님

출애굽기 2:1-10, 성령강림절후 10째 주일, 2011년 8월21일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모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입니다. 영웅 중의 영웅입니다. 믿음의 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아브라함이나 초능력자로 알려진 엘리야보다도 그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더 위대한 인물로 인정받습니다. 그 증거는 구약의 가장 중요한 책인 모세 오경이 바로 모세의 이름을 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적 배경이 된 출애굽 사건을 주도한 인물도 모세입니다. 그의 일대기는 드라마틱해서 영화로도 나왔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과정에서 중요한 장면인 변화산 전승에도 모세는 엘리야와 더불어 나옵니다. 성경이 전하는 모세는 히브리 혈통으로 태어났지만 애굽 공주의 양자로 들어가서 왕자로 살다가 우연하게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미디안 광야로 망명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양을 치는 목자로 살다가 애굽의 노예로 살고 있는 이스라엘 민족을 구하라는 사명을 호렙 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애굽의 바로와의 대결에서 이겼고, 결국 민족 해방을 완수합니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열 가지 재앙이 애굽 사람들에게 임했으며, 결정적으로는 홍해가 갈라졌습니다. 그 후에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광야에서 40년을 살다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모압이라는 곳에서 일장 연설을 마친 후 삶을 하직합니다. 그의 일대기가 바로 모세 오경 중에서 창세기를 제외한 네 권의 책, 즉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약 인물 중에서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4권의 책에 모두 실려 있다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모세가 이스라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건져 냄’

 

모세가 처음부터 위대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모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렇습니다. 예수님도 여기서 예외가 아닙니다. 모두 태아로부터 시작합니다. 어머니 자궁 안에서 탯줄을 통해서 영양을 공급받으면서 생명이 시작됩니다. 이런 모습은 마치 우주인이 우주선과 연결된 줄 하나에 의지해서 우주선 밖으로 나와 유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들입니다. 오늘 제1독서 출 2:1,2절에 따르면 레위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고 합니다. 그가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모세입니다. 산모는 아들을 세 달 동안 숨겨서 키웠습니다. 당시에 애굽의 바로는 자기 지역 내에 있는 히브리 사람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 중에 남자 아이는 모두 나일 강에 던지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입니다. 이것은 히틀러가 집시와 장애인과 유대인들을 향해 펼쳤던 일종의 인종 말살정책과 비슷한 명령이었습니다. 모세의 어머니는 아이가 세달 쯤 되어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아이를 갈대 상자에 넣고 나일 강 가 갈대 사이에 두었습니다. 혹시 행운이 있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모세의 누이가 그 상황을 멀리서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바로의 딸이 목욕하러 나일 강에 왔다가 그 갈대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바로의 딸이라면 공주입니다. 이 공주가 결혼한 여자인지 아닌지는 성경이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주는 갈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아기가 히브리 사람의 아기라는 걸 알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을 했을지 모릅니다. 아버지 바로의 명령을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공주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기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겠지요. 이런 걸 보면 이미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고 키운 경험이 있을지 모릅니다. 나중에 발각되더라도 히브리 사람의 아기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둘러낼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모세의 누이가 나타나서 공주에게 유모를 소개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일 처리가 잘 됐습니다. 결국 세 달 된 모세는 갈대 상자에 담겨 나일 강에 던져졌다가 구출을 받아 다시 어머니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드라마틱한 반전입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대목은 이 아기가 자라서 공주의 양자로 입양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모세가 젖을 뗄 정도의 나이가 되었겠지요. 공주는 양자의 이름을 모세로 지었습니다. 이름의 뜻은 ‘건져냄’입니다. 이 이름에서 모세가 앞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가 암시됩니다. 모세는 훗날 자기 민족을 물에서 건져냅니다. 이건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모세를 물에서 건져낸 애굽 공주는 바로의 딸입니다. 바로는 훗날 모세와 싸웁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광야로 내보내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게 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모세가 바로에게 전달하자 바로는 온갖 핑계로 거부합니다. 애굽 가정의 모든 맏아들과 가축의 맏배가 죽는 열 번째 재앙이 일어나서야 비로소 바로는 모세의 이스라엘 민족을 떠나보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바로의 딸이 알았다면 모세를 살리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바로와 모세의 싸움은 열 번째 재앙으로 결판이 나지 않았습니다. 더 중요한 마지막 한판이 남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모세라는 이름의 뜻과 연결된 사건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출애굽의 클라이맥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열 번째 재앙 뒤에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끌고 광야로 나갈 수 있는 허락을 바로에게서 받았습니다. 그들은 광야를 횡단해서 가나안까지 갈 대장정을 시작했습니다. 바로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고 당시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기마병을 시켜 이스라엘 백성들을 추격하게 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이 얼마나 다급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군인들이 아닙니다. 노약자와 어린아이들도 있습니다. 기마병의 추격을 뿌리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 앞에 홍해가 가로놓였습니다.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겠지요.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서(출 14:16) 지팡이를 든 손을 홍해 위로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홍해가 갈라지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른땅처럼 건널 수 있었고, 뒤따라오던 바로의 기마병들은 모두 바다에 수장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격적이었을지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반복해서 들어도 지루하지 않았겠지요. 이 장면은 모세의 노래(출 15:1-18)와 미리암의 노래(출 15:19-21)를 통해서 전승되었습니다.

 

두 노래 중에서 미리암의 노래가 원본에 더 가깝습니다. 미리암의 노래가 확장되어서 모세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미리암의 노래는 아주 짧습니다.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 그가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출 15:21) 모세의 이름은 ‘건져 냄’이라는 뜻입니다. 모세는 바로의 명령에 따라서 나일 강에 던져졌다가 바로의 딸을 통해서 건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바로의 군대인 기마병들이 홍해에 던져졌습니다. 그에 앞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를 무사히 건널 수 있었습니다. 이 주제는 단순히 홍해 사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 역사와 연관됩니다. 그들은 늘 배수진의 형국에서 살았습니다. 바로의 기마병으로 대표되는 제국의 폭력에 끊임없이 노출된 이스라엘의 운명은 마치 물속을 지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것은 삶이냐 죽음이냐의 경계선에 선 사람의 운명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여호와의 영화로우심을 노래했다는 겁니다. 여호와의 영화로우심은 무기력한 이스라엘 백성을 홍해에서 건져내시고, 천하무적의 기마병을 홍해에 던지셨다는 사실에서 드러납니다. 이것이 구약성서의 가장 중요한 신앙고백입니다. 유대인들은 아우슈비츠에서도 그렇게 노래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좀 궁금한 생각이 들 겁니다. 홍해를 정점으로 하는 그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난 것일까요? 모세가 팔을 들자 실제로 홍해가 갈라진 걸까요? 이스라엘 역사에서 여호와 하나님의 큰 능력이 실제로 나타났을까요? 이스라엘은 홍해를 마른 땅처럼 건너고 바로의 기마병들은 모두 홍해에서 몰살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이런 질문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여기에는 부분적으로 역사적 사실이 있고, 또 부분적으로 성서기자의 해석이 있고, 또는 그들의 희망이 뒤섞여 있습니다. 역사를 엄밀하게 분석하면 오히려 정반대의 일들이 많았습니다. 세계의 역사는 늘 제국이 지배했습니다. 유럽의 역사는 물론이고, 아메리카의 역사도 그렇습니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영국의 청교도들이 파괴했고, 남아메리카의 잉카 문명은 스페인에 의해서 초토화되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이라는 제국은 무소불위를 힘을 발휘합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주식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세계 굴지의 펀드가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주무르면서 소위 개미들만 손해를 본다고 합니다. 대형 마트가 어느 지역에 들어서면 동네 슈퍼마켓은 다 문을 닫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천민자본주의 앞에서 초라해지는 개인 노동자들의 운명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스라엘도 그렇게 주변의 제국에게 끊임없이 시달리다가 결국 망했습니다.

 

성경은 말도 되지 않는 사실을 낭만적으로, 이상적으로 고집한 걸까요? 역사의 패배자를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위로하려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성경은 단순히 현재 누가 더 강한가 하는 표면적인 현상이 아니라 더 깊은 역사의 내면을 보고 있습니다.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는 제국보다 더 큰, 아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세상을 통치하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봅니다. 그분이 바로 여호와 하나님입니다. 역사를 피상적으로만 보면 그게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 군사, 경제적인 힘만 보입니다.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성경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눈으로 보면 더 근원적인 생명의 힘이 보입니다. 그걸 보고 사는 게 신앙입니다. 이스라엘은 그것을 홍해 사건으로 설명했습니다. 그 사건의 중심에 나일 강에서 건짐을 받은 모세가 서 있습니다.


세례 공동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세의 이야기로 만족할 수 없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정치적으로 건져낸 것에 불과합니다. 정치적으로 그는 영웅입니다. 그는 율법을 완성한 위대한 법학자입니다. 모두 본받을만한 인물입니다. 거기까지가 그의 역할이었습니다. 그의 역할로 사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해방이 되어도 사람은 여전히 물속과 같은 실존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 어떤 것으로 채워도 여전히 외롭고 불안하고 내면적으로 충돌합니다. 참된 안식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피조물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과 죄의 실존을 안고 살다는 사실에 놓여 있습니다. 인생 자체가 나일 강, 또는 홍해와 같습니다. 아무도, 그 어떤 이념도, 체제도 우리를 여기서 건져낼 수 없습니다.

 

우리를 여기서 건져낼 수 있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하나님이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인류 전체를 죄와 사망과 피조물의 한계라는 물에서 건지셨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교리로만 들리시나요? 예수님은 당시 종교 권력을 대표하는 유대교와 정치권력을 대표하는 로마에 의해서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처형당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인류 역사의 반복입니다. 이스라엘이 주변 제국에게서 당한 일들이 다시 반복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셨습니다. 그를 믿는 자는 부활생명을 주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습니다. 물에 잠겼다가 다시 밖으로 나오는, 즉 물에서 건짐을 받는다는 의미의 세례 예식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운명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세를 나일 강에서 건지신 하나님이, 그리고 이스라엘을 홍해에서 건지신 하나님이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건지셨습니다. 그분만이 절망과 허무의 늪에서 우리를 건질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 하나님의 영화로우심을 찬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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