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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 무지개

김필곤 목사............... 조회 수 2517 추천 수 0 2011.10.22 09: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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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 무지개

나뭇잎은 하나이든 둘이든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람의 지체는 몇이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민호의 어머니는 태몽으로 쌍무지개 꿈을 꾸었다. 쌍둥이를 낳을 줄 알았는데 민호는 손이 뒤틀리고 걸음을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 때 기우뚱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연속극에 나오는 바보 흉내를 내며 놀려댔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민호의 어머니는 달래 보내었다. “친구들이 너의 흉내를 내는 것은 너와 함께 놀자는 것이야. 그럴 때 친구들을 피하지 말고 친구들에게 다가가 내가 더 바보 흉내를 잘 내니까 나를 보라라고 말하며 흉내를 내 봐” 당당하게 나서서 연속극에 나오는 바보의 흉내를 내는 민호를 보고 친구들은 다시는 그 앞에서 바보 흉내를 내지 않았다.

민호는 초등학교 때에도 중학교 때에도 1등을 하였고 전교 학생회 회장을 할 정도로 활달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열심히 기타를 배웠다. ‘한울림’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을 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는 한 여학생을 사귀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성에 대한 감정이었다. 저녁이면 편지를 썼다. 그러나 첫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민호가 보낸 애절한 사랑의 편지를 옥경이 어머니가 보았다. 딸의 뒷조사에 나선 옥경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교제하고 있는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옥경이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이별의 아픔을 가져야 했고 실연 당한 민호는 세상 모든 것이 싫었다. 죽고 싶었다.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한 가지 이유로 좋아하는 사람과 사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옥경이를 학교에서 다시 만나면 자신을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민호의 어머니는 민호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전학을 시켰다.

민호는 신앙을 가지면서 마음을 잡고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공부에만 전력을 했다. 그가 하는 것은 학교 가는 것과 교회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첫 사랑의 아픔을 잊기 위해 다시는 여자를 사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민호는 교회 학교 교사였다. 대학교 4학년 때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는 길에 누군가가 뒤 따라왔다. “오빠, 내가 들어 줄까?” “아니, 괜찮아. 무겁지 않아” 민호는 기우뚱거리며 가방을 들고 갔다. 민호와 같은 대학교 1학년에 들어간 경실이가 민호의 가방을 들고 민호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고맙다, 잘 가” 경실이는 민호를 친오빠처럼 잘 따랐다.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경실이가 말했다. “참 오빠, 학교
동아리 산울림 회원이야?” “그래 왜 이상하냐?” “아니.” 민호는 장애인이었지만 등산 동아리 ‘산울림’에 들어갔다. 산을 비장애인처럼 오를 수는 없지만 그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오빠, 나도 산울림에 가입할래.” MT가 있어 지리산에 갔다. 경실이도 산울림 회원이 되어 같이 갔다. 밤이 되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장기자랑을 하였다.

민호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파도라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모두 환호하였다. 민호의 노래 솜씨는 대단하였다. 경실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교회에서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섬겼던 민호의 고독한 마음을 환하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텐트에 들어간 때 경실이는 민호 곁에 앉았다. 하늘의 별이 부서져 떨어질 것처럼 초롱초롱 빛이 났다. “오빠, 내가 오빠의 바위섬이 되어주면 안 돼?” 산속에서 남몰래 익어가는 산딸기처럼 민호와 경실의 사랑은 익어갔다. 무엇이든 언젠가 드러나듯이 그들의 사랑은 민호 어머니에게 들키고 말았다. 민호 어머니는 자식이 또 절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낭만적인 동정에서 출발된 사랑이라면 그 싹이 돌이킬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 오기 전에 잘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호 어머니는 경실이를 불렀다. “우리 민호 하고 보통 이상으로 만난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이냐? 만약 동정으로 시작했다면 지금 끝내주는 것이 좋겠다. 민호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야. 경실이도 잘 알잖아, 민호하고 너의 부모님 앞에서 떳떳이 교제할 수 있겠니? 만약 사귀려면 결혼을 전제로 해서 사귀어야 해.” “조금만 저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3일 후 경실은 민호 어머니에게 결혼을 전제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내가 오빠의 다리가 되어 줄 것이어요. 그것이 예수님께서 내 마음에 주신 생각이어요.” 외모도 훤칠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아이가 장애를 입은 민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경실이 부모가 안 후 집은 전쟁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교회의 장로이고 어머니는 교회의 권사였지만 자신의 딸이 그런 아이와 교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뜻을 굽히지 않자 경실이의 머리를 깎아 버렸다. 그날 밤 2시에 경실은 짐을 싸들고 민호의 집으로 향하였다. 다음날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녔다. 동아리 산울림 회원들이 지리산에 갔다. 민호와 경실이의 야외 결혼식이었다. 부모도 친척도 없다. 주례로 하객도 부모도 다 산울림 회원들이 대신했다. “신부는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신랑 김민호씨를 사랑하겠습니까?” ”예“ 민호와 경실이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산등성이에 그들의 결혼을 축복하듯 쌍무지개가 떴다●

쌍 무지개/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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