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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필곤 목사............... 조회 수 1904 추천 수 0 2011.10.22 09: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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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민자는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알지 못했다. 그를 낳아준 어머니는 20살에 민자를 낳아 미혼모가 되었다. 민자의 어머니는 파출부를 하며 민자를 기르다가 파출부로 일하러 나가는 집 아저씨의 씨받이로 들어갔다. 어릴 때 민자는 그 아저씨가 자신의 아버지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아저씨는 같은 집에 살면서도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집에는 이미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아이들이 다섯이나 있었다. 그 아저씨가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였지만 민자는 그래도 그 집이 좋았다. 먹을 것도 많고 겨울이면 따뜻한 방에서 잘 수가 있고 자신과 같이 놀아줄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딸들에게 “아비 없는 아이하고 놀지 말라”고 말했지만 언니들은 아저씨가 없으면 민자를 자신들의 놀이에 끼워 주었다. 민자의 어머니는 딸을 낳았다. 아저씨가 바랬던 것은 아들인데 딸을 낳자 어머니에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둘째, 셋째 모두 딸이었다. 아저씨는 아들을 낳지 못했으니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 어머니는 애원했다.

“이 다음엔 아들을 낳을 테니 1년만 기다려줘요.” “아니 이제까지 낳지 못했는데 또 딸을 낳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나가. 당장 나가.” “내가 아무것도 없이 나가면 어떻게 살아요. 내 쫓으려면 돈이라도 주어야 할 거 아니어요.” “뭐 돈 내가 언제 너와 결혼했냐. 아들 낳아주기로 우리 집에 들어온 것 아냐? 아들 낳지 못했으니 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지금까지 먹여주고 입혀 준 것이 어딘데. 세 아이는 내가 기를 테니 저것만 데리고 나가.” 민자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아저씨는 한 번도 민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 날 민자와 어머니는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어머니는 다방에 취직을 하였다. 방은 다방 주인이 빌려 주었다. “이제 너도 아홉 살이니까 학교에 들어가야 해, 엄마는 배우지 못했지만 너만은 잘 배워 엄마의 한을 풀어주어야 해.” 민자는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다 자기 보다 나이가 어렸고 민자는 열심히 공부를 하여 계속 1등을 하였다.

어머니는 민자의 성적표를 받는 날이면 최고 좋은 날이었다. “그래, 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너만은 잘 가르칠 테니 열심히 공부해. 알았지.” “예, 엄마” “나 너 없으면 못산다. 너 알지? 너 엄마 속상하게 하면 죽어버릴 거야.” 민자는 그녀의 삶의 전부였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는 민자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엄마, 나 낳아준 아빠는 누구야?” “그런 거 알아서 뭐해. 넌 몰라도 돼” “엄마, 사진이라도 있을 거 아냐. 나 아빠 사진이라도 한 번 보고 싶다.” “넌 쓸데없는 거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공부나 열심히 해. 알았지?” 민자는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여러 차례 물었지만 물을 때마다 어머니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민자는 얼굴도 잘 생겼고 공부도 줄곧 일등을 하여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그러나 민자의 마음은 늘 그늘이 가득 차 있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술집을 하는 어머니가 싫었다. 민자가 어머니가 오지 않아 저녁 늦게 술집에 갔는데 모르는 남자와 단 둘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민자는 못 본 채 뛰어 나왔다. 그 후로 어머니가 운영하는 술집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법대에 들어가서는 고시공부를 핑계로 학교 근처 고시원에 들어가 버렸다.

방학이 되어 어머니가 보고 싶어 집에 갔다. “민자야, 너도 이제 다 컸다. 열심히 공부해. 네 어미는 못배워 이렇게 사는거야” “못배웠다고 다 엄마처럼 살아? 엄마도 이제 정상적으로 살아 봐!” “뭐가 정상인데, 엄마 미친 것 아냐. 네가 엄마 맘 알아. 너까지 엄마를 배신할래.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네가 대학 다닌다고 엄마가 그렇게도 창피하냐? 그렇게 쪽팔리면 엄마 없는 것처럼 살아. 이제까지 너를 무슨 돈으로 가르쳤는데“ ”그래 나 엄마 없는 것처럼 살 거야.“ 민자는 뛰쳐나가 고시원에 들어갔다.

엄마를 잊기 위해 더욱 공부에 매달렸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던 날, 엄마에게 그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 주기 위해 준비하는데 엄마 술집에서 일하는 언니가 찾아왔다. ”엄마 병원에 입원했어. 큰 병이래. 얼마 못산대. 엄마가 찾아.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 봐.“ 병원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머리가 하나 없는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 아름답던 얼굴은 할머니 얼굴 같았고 곱던 피부도 다 없어지고 뼈만 남았다. 딸의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알리지 않았다. ”엄마, 이게 뭐야. 왜 알리지 않았어. 엄마 이렇게 되면 안 돼 내가 왜 사는데 나도 엄마 때문에 산단 말이야.“ ”그래, 고맙다. 나도 너 하나 잘 기르기 위해 이렇게 살았는데 고맙다.“ ”죽으면 안 돼 엄만 살아야 해. 이봐 나 엄마가 그렇게 바랬던 고시에 합격했단 말이야!“ ”그래 고맙다. 엄마의 소원을 하나님이 들어주었구나. 엄만 이제 다 용서했다. 나 병들고 하나님 만났거든 아무도 나를 용서해 주지 않았는데 하나님은 용서해 주었어. 우리 아버지도 바람피웠다고 나 쫓아냈고 너의 아버지도 임신했다고 나를 버렸고 그 아저씨도 아들 못 났다고 나를 버렸어. 너 하나 잘 기르기 위해 숱한 남자들 만났지만 다 나를 버렸고 너마저도 나를 버렸을 땐 정말 죽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용서해 주었어. 하나님을 만나 내 인생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다. 이제 나는 아무도 버리지 않는 천국 갈거니까 슬퍼하지 말라. 너 아버지 보여 달라했지,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셔라.“●

아 버 지/섬기는 언어/열린교회/2005.2.3/김필곤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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