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최용우)
【용우글방769】배추가 추워서
절기상으로 소설(小雪) 지나니 아침에 살얼음이 얼고 입에서 입김이 훅훅 나옵니다. 아직 김장을 하지 않은 밭에 배추가 얼지 않도록 비닐포장으로 덮어놓았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밖에서 노숙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밤에는 정말 춥더군요. 온 몸으로 뼛속까지 추위가 기어들어와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단 하루의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노숙자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밖에서 이슬을 맞으며 자보니, 신문지 한 장이나 박스 하나로도 추위가 훨씬 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바람 피할 수 있는 집이 있어 해 넘어가면 찾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집에 전기불을 켤 수 있고, 바닥에 뜻뜻하게 난방이라도 할 수 있고, 거실에 텔레비전이 있고 웃으면서 같이 볼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아무엇도 바랄 것이 없는 천국입니다.
배추가 추워 얼을까 봐 비닐포장을 덮은 모습을 보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최용우 2011.11.21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