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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정종기............... 조회 수 2498 추천 수 0 2011.11.27 22: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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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바쁜 도심을 빠져나와 시골길을 걷는다. 여름티를 보이는 오월의 끝자락은 시골 보리밭에 확연하다.보리밭을 보니 과거 농촌 살림의 어려움이 떠오른다. 196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하루가 천년처럼 느껴지는 시기였다. 이때쯤이 가장 어려운 보릿고개였으니 말이다.초봄부터 나물로 연명하다 오월에는 송피(松皮)를 벗겨 허기를 때우던 시절이 있었다. 종다리가 시끌대는 보리밭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그대로다.보릿고개의 이야기는 수백년 전의 전설이 아니라 40여년 전의 우리의 자화상이다.지금은 넘쳐나는 영양으로 다이어트 성공담을 아침 방송에 자랑삼아 하고,남은 음식 처리를 걱정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다. 보리밭 어귀에 서니 허기진 북한동포가 생각난다. 북한의 식량은 이미 바닥이 났다는 소식이다.황금찬은 “아이가 울고 있다. 배가 고파서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라고 그의 시 ‘보릿고개’에서 슬퍼한다. 성경에서 “처음 익은 식물 곧 보리떡 이십과 또 자루에 담은 채소를 하나님의 사람에게 드린지라 저가 가로되 무리에게 주어 먹게 하라” 엘리사 시대의 가난과 보릿고개는 닮은 점이 많다. 어려울수록 이웃과 서로 나누었던 정(情)의 문화가 그것이다.
/정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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