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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선물

김필곤 목사............... 조회 수 4258 추천 수 0 2011.12.19 22: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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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선물

 

신도시가 된다고 사람들은 좋아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땅이 있고 집이 있는 사람들만의 것이었다. 이미 수용되는 땅은 벌써 9할은 서울 부자들의 손에 넘어가 원주민보다는 투기꾼들의 잔치였다. 지하 20평에서 목회 하는 김목사의 교인들에게는 재앙에 불과했다. 조선족 근로자들과 지역 극빈자들이 모여 가족처럼 서로 도우며 살았다. 가난하지만 교회가 있어 이들은 행복했다.

그러나 신도시 발표가 되고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수용대상 지역에서 제외되었지만 부동산 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갔다. 주인이 찾아 왔다. "아니, 월세를 올려 주어야지요. 다른 건물을 보세요. 다 올려 주는데 목사님만 그러시면 어떻게 되어요?" 주인은 전화로 여러 차례 말했지만 통하지 않자 직접 김목사를 찾아 왔다. "조금만 참아 주세요. 돈이 있는데 올려 주지 않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시다 시피 우리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인 교회입니다. 우리가 적당한 건물을 얻으면 나가겠습니다." 김목사는 사정을 하였지만 주인은 당장 옮기라고 했다. "아니 이 겨울에 이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로 옮기라는 말입니까? 봄이 되어도 건물을 얻지 못하면 거리라도 나갈 터이니까 조금만 참아 주세요." "지금까지도 많이 보아주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한 달 여유를 주겠습니다. 한 달 후에는 반드시 비워주어야 합니다. 돈을 올려 준다해도 교회에는 더 이상 임대해주지 않겠습니다."

김목사는 더 이상 사정할 수 없었다. 갈 곳 없는 조선족 근로자들이 걱정이었다.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언제 당국에 의해 검거되어 추방될지 모르는 자들이다. 그래도 지하 예배당의 거처지만 그들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였다. 서울역에서 만난 태철이도 문제였다. 지하실이라도 노숙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했는데 겨울철에 쫓겨나야 할 판이다. 태철이는 정신지체 장애자인 민수의 손발이 되어 주면서 늘 기뻐했다. 자신도 이제 인간답게 사는 길을 알려 주어 고맙다고 늘 김목사에게 감사를 표현하던 자였다. 매주 두 번씩 나가는 장애인 목욕 봉사를 그들은 참으로 기뻐했다. 이제까지 세상에 버림받은 인간 쓰레기로 생각했는데 자신들도 가치 있는 사람인 것을 소망교회에 와서 처음 느끼게 되었다. "목사님, 우리는 어떻게든 살수 있겠지만 민수는 어떻게 해요? 부모도 그를 버렸는데 우리까지 그를 버리면 어떻게 해요?" 걱정스럽다는 듯이 태철이가 근심하는 김목사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맙시다. 하나님이 어떻게 해 주겠지요?" 김목사는 걱정하는 식구들을 위로했다.

"아니 매스컴의 조명을 받는 자선단체들은 찾는 사람들도 많고 돈도 많이 보내주던데 왜 목사님같은 분은 아무도 안도와 주는 거여요.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요?" 가출하여 김목사를 만난 동호가 큰 소리로 불평을 털어놓았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마케팅 능력에 따라 규모가 다른 세상에 김목사는 마케팅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김목사는 마음은 좋지만 능력은 부족했다. 교회를 개척한지 4년이 되었지만 같이 사는 소망 공동체 식구들 빼고는 기존 신자는 네 가정 밖에 되지 않았다. "목사님, 하나님도 왜 이렇게 불공평한 거여요. 어떤 목사님은 아버지 잘 만나 수만 명의 교회를 세습 받아 능력 있는 목회를 하고 어떤 목사님은 멀쩡한 교회 팔아 신도시에 와서 교회 짓고 일년에 수천 명씩 늘어나는데 목사님은 뭐여요. 목사님은 능력이 없어요.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아요. 목사님도 갖출 것 다 갖추었지 않아요. 그런데 이게 뭐여요. 하나님이 살아 계시면 이럴 수 있어요? 그래도 하나님은 공평한 줄 알았는데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말짱 헛 거 아니어요. 세상 사람보다 더하는 것 같네요." 늘 교회에 대하여 불만이 많던 동호가 김목사를 위로나 하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목사님같은 분이 어디 있어요. 투석을 하는 민수를 위해 신장을 떼어 주었잖아요. 자기 친척에게도 제 몸 떼어주는 것 싫어하는데 목사님은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 그것도 보모가 버린 장애인에게 신장을 떼어 주었지않아요. 천사같은 목사님이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해요" 태철이가 동호의 불평에 맞장구를 쳤다.

김목사는 장애인 단체에 아이들의 몸을 씻겨 주기 위해 한 주에 두 번씩 나가면서 민수를 만났다. 투석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기도를 하였다. 고통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는데 그는 고통받는 예수의 십자가를 환상으로 보고 '주님은 나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셨는데 내가 주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나만 있어도 살 수 있지 않는가. 주자.'라고 결심하고 자신의 신장을 이식시켜 주었다. 이제 약속한 한 달이 다 되어갔다. 예배당 겸 공동체의 숙소를 비워 주어야 한다. 그래도 몸이 성한 사람은 갈 곳이 있을 텐데 정신지체 장애자인 민수와 간경화 말기인 조선족 시원이가 문제였다. 김목사는 시원이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별 수단이 없었다. 월세를 내지 못하여 쫓겨나더라도 시원이만은 살리고 싶었다. 기도하였다. '하나님, 마지막 소원입니다. 시원이만 살게 해 주십시오. 후원자를 만나게 해 주십시오...' 장기 기증본부에서 시원이를 후원해 줄 후원자가 나타났다고 연락이 왔다. 수술 날짜는 12월 25일 성탄절로 잡았다. 시원이게 성탄절 선물로 간을 주기 위 해 병상에 누우며 김목사는 '예수님은 나를 위해 생명을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는데... 내 작은 것으로 한 사람이 살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건물주인처럼 표정 없는 천장을 향하여 속삭였다●

성탄 선물/섬기는 언어/김필곤 목사/200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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