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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

김필곤 목사............... 조회 수 1640 추천 수 0 2011.12.21 12: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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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

 

"아빠, 난 아직도 학생인데 내 몸은 할머니 같아…."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새봄이의 질문이다.
새봄이의 긴 투병생활이 시작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정목사는 신도시에서 꿈을 가지고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신학대학원에 다니기 전에 중학교 교사를 했는데 교사를 그만 두고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상가 지하 17평 세를 얻고 단독 주택 지하에 셋집을 얻어 둥지를 틀었다.
지하 셋방은 여름철 장마가 들 때면 물이 들어왔다.
다른 집보다 값이 싸서 들어갔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큰 아들 새땅은 지하 셋방에 사는 것이 부끄러운가보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집도 다른 아이들처럼 아파트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가정예배를 드릴 때면 새땅이가 빼놓지 않고 기도하는 내용이다.
기도를 통해 아빠에게 시위했다.
그러나 새봄이의 기도는 달랐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아빠 건강하게 하나님 일 잘하게 해 주시고 엄마 학교에 가서 아이들 잘 가르치게 해 주세요...”
오빠보다 어리지만 늘 마음은 오빠보다 성숙해 있었다.

그런 마음 착한 새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 올랐다.
지하에 살기 때문에 늘 걸리는 감기 몸살 정도로 알았는데 고열과 혼절 상태는 반복이 되었다.
병원에 가 진단을 해 보니 '열성 류마티스 관절염'이었다.
특정 부위의 관절이 아닌, 몸 전체에 열이 오르는 희귀병이다.

정목사도 결핵으로 고생을 하고 사모도 류마티스로 오랜 시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모는 정목사가 목회를 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내가 시집 온 것이 교사에게 시집을 왔지 목사에게 시집 온 것이 아니어요. 당신이 목회를 하겠다면 나는 내 길을 가겠어요.”
목사가 되겠다고 아내에게 말을 꺼내었을 때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내가 한 말이다.

이들은 부부 교사로 온 가족이 교회에 다니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정목사가 결핵을 앓으면서부터 슬픔의 서곡이 가정에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가지지 못했던 어머니가 나를 낳을 때 목사로 바치겠다고 서원하였다고 해, 나는 그 어머니의 서원을 이루어 드려야 한다고, 이제까지 내 인생 살았으니 남은 인생은 전적으로 하나님을 위해 살라는 신호같아. 여보, 내 소원 들어 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고 하지 않아...”
정목사는 목사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했다.
“그래요. 당신 생각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단 나는 내 길을 갈 테니까 내 인생을 당신의 인생에 끼워넣기 하지 말아요.”

개척을 한 후 정목사는 열심히 전도하였지만 교인들은 늘어나지 않았다.
좋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눅눅한 지하 셋방 교회를 찾아 올 리 없었다.
열정을 가지고 복음을 증거하면 될 것으로 알았는데 그 생각은 맞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전도를 하여 3년 째 되니까 어른 교인이 30여명이 되었다.
희망이 생기고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관절염 치료를 받아 오던 새봄이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배가 갑자기 부어오르는 것이다.
목사가 된 것을 불평하던 아내도 새봄이를 위해 기도했다.
병원에 찾아가니 '난소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어린 여중생에게는 이해하기조차 힘든 생소한 병명이었다.
“여보, 이게 뭐여요. 당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목회를 하는데도 왜 이렇게 어려움이 와요.”
처음부터 목회를 반대했던 사모는 정목사를 행해 독하게 쏘아붙였다.

“아빠, 염려 말아요. 하나님이 나를 살려 주실 거예요.”
새봄이는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눈물 흘리는 아빠를 위로했다.
새봄이는 연구대상자가 되어 한쪽 난소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아빠, 나에게 기적이 일어났지요. 아빠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거예요. 아빠, 엄마를 이해하세요. 엄마도 힘들어서 그럴 거예요.”
새봄이는 어른스러워졌다.
“아빠, 앞에 있는 교회로 사람들이 많이 간다고 좌절하지 말아요. 아빠의 삶도 하나님께서는 기쁘게 받으실 거예요”

서울에 있던 교회가 서울에 있는 교회를 팔아 200억원을 들여 대형 편의점같은 교회를 정목사가 섬기는 개척교회 앞에 지어 놓은 후부터 30여명의 교인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목사가 능력이 없으니까 딸이 질병이 들었지’라고 말하며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말씀에 은혜가 없어서’ 등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붙이며 교회를 떠나갔다.
이것에 실망하는 아버지를 보고 새봄이는 오히려 위로를 해 주었다.
“아빠, 사람들은 이상하지? 예수님은 낮아졌잖아. 그런데 그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은 왜 높은 곳, 넓은 곳, 좋은 곳만 좋아하지...”
“새봄이도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알게 될거야”
정목사는 풀이 죽어 말했다.

새봄이의 따뜻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새봄이의 불운은 계속 진행이 되었다.
정상인의 두 배 이상 되는 비장이 문제였다.
고1학년 때 비장 수술을 한 후 수능시험을 두 달 앞두고 몸이 이상하여 검사를 받아 보았는데 암세포가 간에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대 수술은 시작이 되었다.
새봄이의 몸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새봄이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하나님, 훌륭한 화가가 되어 하나님이시지만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시어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낮아지신 예수님의 삶을 닮아 갈게요. 대학을 붙여 주세요.”
아플 때마다 기도하며 간이침대에 누워 홀로 그림을 그렸다.
“하나님, 새봄이 되면 마른 땅에서도 새싹이 돋듯이 나와 아빠에게 마르지 않고 슬프지 않는 희망을 주세요.”

새봄/김필곤/20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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