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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김필곤 목사............... 조회 수 3636 추천 수 0 2011.12.21 12: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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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농촌에서 살아 온지 55년이다.
아버지도 평생 농부로 정직하게 땅과 함께 살다 땅으로 돌아갔다.
땅은 우직한 것 같지만 늘 정직했다.
심는 대로 거두게 하는 것이 땅의 정직성이다.
똑같은 곡식이라도 땅에 걸음을 주지 않으면 그만큼 거두는 것도 적었다.
그런데 농촌 목회는 땅의 정직성을 따라가지 않았다.

20년 째 농촌에서 목회를 했다.
아무리 힘을 써도 교인들은 매년 줄어들었다.
그래도 20년 전에는 농촌 교회에도 젊은이들이 있었고 성가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이들은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교회를 지키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삶이지만 단 한 번도 교인을 원망하거나 목회자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교인 수가 감소하고 교회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은 모두 자신의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목회 생활 20년 동안 아내가 한 번도 농촌 목회하는 것을 원망하지 않은 것이었다.
힘들 때마다 아내는 위로해 주었다.
“여보, 이 땅에서 다 누린 다면 하늘 나라에 가서 우리 주님이 닦아 줄 눈물이 어디 있겠어요.
힘내세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는 삶이 진정 제자의 삶이라고 했잖아요?
당신이 무능해서 이렇게 다 쓰러져 가는 농촌 교회에서 목회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어느 날 기독교 신문에서 도시 교회에서 잘 나가는 동창의 기사가 났을 때 해준 위로였다.
먹고사는 문제야 어떻게든 꾸려나갈 수 있었지만 딸과 아들의 교육비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니 차를 타고 30분이면 농촌 교회에 올 수 있는데 도시 교인들이 농촌에 와서 신앙 생활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차피 어느 교회에 가든 헌금하는 것이고 신앙생활하는 것인데 도시 수만명씩 모이는 곳에 가서 극장 드나들 듯 신앙생활하는 것보다는 어렵고 힘든 개척교회나 농어촌 교회에 가서 신앙생활하며 교회를 세워간다면 얼마나 하나님이 좋아하실까?”
어려운 생활을 푸념하듯 아내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다.

가난한 도시 교회 목사들은 부업으로 과외 선생도 하고 우유배달이나 신문배달을 하며 아이들 교육비를 충당한다고 하지만 농촌에서는 마땅한 일이 없었다.
마침 닭 가공 공장이 들어 와서 그 곳에 취직을 하려하자 아내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당신은 오로지 목회만 하면 되요.
공장에 나가는 당신을 보고 교인들이 무엇이라고 하겠어요. 당신은 교인들이 시장에 갈 때 차를 태워드려야 하고 교인들 집 일일이 다 돌봐주어야 하지 않아요?
김집사님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연락왔어요.
내가 나갈께요.”

교인들은 입방아를 찧었다.
“사모가 하나님을 의지하지 못하고 아니 닭공장에 나간데? 이제까지 70년을 신앙 생활했지만 그런 사모 보지 못했어.
사모가 교인들 위해 기도하고 심방하지 않고 어떻게 자식 대학 보낸다고 닭공장에 나가! 믿음이 없어.”
오랜 동안 새벽종을 치며 새벽기도회를 지켜온 박권사가 교인들에게 한 말이다.
교인들은 점점 박권사에게 동조했다.

“여보 이런 때 하나님이 답을 시원하게 해주면 좋지 않아?
사모가 자식들 대학보대겠다고 일하는 것이 그렇게 큰 죈가요?”
“그래도 선교비 5만원씩 보내며 매달 실적 보고하라고 하며 옥죄이고 으름장 놓는 도시 교회 교인들보다는 낫지 않아, 다 당신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여.”

아내는 비난을 피해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낮에 닭공장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밤에 나갔다.
저녁 6시에 출근하여 새벽 4시에 들어왔다.
2년 동안 새벽기도회를 지키기 위해 시간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새벽기도에 빠진 일이 없었다.
그렇게 산 아내였는데 작은 원동기에 몸을 싣고 새벽 기도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집에 귀가하던 중 뒤에서 달려오던 차량에 받혀 그만 치명상을 입어 중태에 빠졌다.
아내를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닭공장에 나가는 것을 반대한 박권사는 “그봐, 하나님의벌을 받은 거여.
사모님이 돈벌러 다니면 하나님이 좋아하셔.
하나님만 바라보아야지... 믿음이 없어서......” 그래도 도시에 사는 아들이 같이 살자고 불러도 쓰러져 가는 모 교회를 지켜야 한다고 교회를 섬기며 장날이 되면 콩나물 한 봉지,
돼지고기 한 근으로 정을 나눈 분이다. 하지만 사고를 당했는데도 자신의 신앙에 맞지 않게 닭공장에 나간 사모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이었다.

“여보, 미안해요.
나 때문에 당신 목회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대학 마칠 때까지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애들은 괜찮은데 당신이 염려가 되요.
내 몸은 전에 기증했듯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 주어요.
그리고 교인들이 무엇이라고 입방아를 찧어도 이 교회를 떠나지 말아요.
우리를 통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려야 해요.
교회는 예수님의 몸이어요.
어떻든 문닫는 일은 없어야 해요.”

마지막 유언처럼 이 말을 남기고 아내는 말을 못했다.
“찬양을 할까?”
아내가 늘 좋아하던 찬송이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힘겹고 느리지만 함께 하고자 입술을 움직이었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진흙과 같은 날 빚으사 주님의 형상 만드소서.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주님 발 앞에 엎드리니 나의 맘속을 살피시사 눈보다 희게 하옵소서.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병들어 몸이 피곤할 때 권능의 손을 내게 펴사 새롭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온전히 나를 주장하사 주님과 함께 동거함을 만민이 알게 하옵소서. 아멘 ”●

사명/섬기는 언어/김필곤목사/2006.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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