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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드린 임종예배

김필곤 목사............... 조회 수 4018 추천 수 0 2012.02.29 14: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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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애배가 끝난 후 한 여집사님께서 "시아버지 임종예배를 드려달라"고 했습니다. 며칠 전에 병원에 갔을 때 몹시 고통스러워했었는데 표정을 보니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것같았습니다. 1년 9개월 동안 신앙 생활을 같이 하였지만 별 말씀이 없으신 분이었습니다.

처음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을 때는 응급실에 계셨습니다.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시면서 지쳐서인지 목에서 피가 넘어오는데도 치료받기를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위에서 출혈이 있는데 바로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독하다고 했습니다. 믿음 좋은 아들은 울면서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그래도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으니 그대로 놓아달라고 했습니다. 목회자의 말은 그래도 들을 것같아 간곡하게 부탁을 하였습니다.
퇴근한 수술 담당 의사가 수술실에 다시 와서 수술을 끝마치고 나니 자정이 훌쩍 넘었습니다. 수술하는 동안 대기실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쉬고 집에 왔습니다.

그 후 입원실에 기도 드리러 가니 그렇게도 말씀을 하시지 않던 분이 많은 말씀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했던 일, 가정 일, 아들 며느리 이야기 등처음 들어 보는 그분의 인생여정이었습니다. 아들 며느리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면서 "아들, 며느리 너무 고생하는 것같아 빨리 퇴원하여야 하겠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복수가 차 있으니 그래도 의사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퇴원하시지 마세요."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며칠 후 전화를 해 보니 이미 퇴원했다고 했습니다.

집에 가보니 다시 복수가 차 있었습니다. "더 있다 온전히 회복된 후 퇴원하시지 왜 이렇게 빨리 퇴원했어요?" "손자 손녀들 보려고 빨리 했는데다시 입원해야 할 것같네요." 결국 얼마 못 가 다시 입원하였습니다. 다시 병원에 찾아가 기도를 하고 입원비 걱정하지 마시고 맛있는 것 사서 잡수라고 돈을 조금 드리고 왔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통증도 없었고 말씀도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빠져 통증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진통제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목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통증을 멈추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아직은 60대이기에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새벽마다 그 성도님을 위해 기도 드렸는데 "아버님 임종예배를 드려주십시오"라는 며느리의 말을 듣자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성경공부도 제대로 한 번 같이하지 못하고 겨우 새벽마다 기도해 주고 가끔 심방 가는 것으로 이 땅에서의 목회자와 성도의 관계는 끝이 나는 것같았습니다.

임종예배를 드리기 위해 성도님들과 함께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통증은 심각하였지만 아직 임종 예배를 들릴 때는 아닌 것같았습니다. 그래도 부탁을 받았으니 가족과 성도들이 함께 모여 예배들 드렸습니다. "천국에서 만나 보자..." 찬양을 드리니 아내가 눈물을흘렸습니다. 환자는 이미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의식은 없었지만 통증을 견디지 못하여 거의 2분 간격도 되지 않아 계속적으로 부르짖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영혼을 데려가길 원하신다면 마지막 가는 길 통증만이라도 없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다른 간암 환자나 간경화 환자는 그렇게 심한 통증이 없는 것같았는데 유독 통증이 심한 것같았습니다. 예배를 다 드리고 기다렸지만 하나님은 성도님의 영혼을 거두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주간 두 차례 병원에 심방을 갔는데 화요일부터는 통증이 없이 잠을 주무셨습니다. 금요일 유학을 가는 학생이 있어 예배드리고 교회에 오는데 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차를 돌려 가보니 이제 임종의 순간이 온 것같았습니다. 찬양을 드리고 임종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겨 드렸습니다. 몸은 서서히
식어갔습니다. 의사가 와서 9시에 임종하였다고 임종 선언을 하였습니다. 아들과 딸,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읊조리었습니다. 살아 계셨을 때 좀더 잘 해 줄 것이라는 후회의 말과 함께 흘리는 눈물이었습니다. 목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짧게 신앙 생활을 같이 하였지만 "좀더 잘 돌보아 주었으면"라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한 번 가야하는 길에 본인은 눈물도, 고통도, 질병도 없는 천국에 가셔서 천국 잔치에 참여하겠지만 보내는 사람들은 이별의 아픔을 눈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화장을 하여 납골당에 갔습니다. 유골을 안치하고 고인의 육신을 마지막 보내는 예배를 드리며 부활에 대한 소망을 가지라고 유족에게 말씀을 전해 주었습니다. 예수님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죽음은 잠시 육신이 잠을 자는 것이고 영혼은 영원한 하늘 나라에 가기 때문에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예배를 다 드린 후 몇 년 전에 함께 신앙 생활하시다가 그곳에 안치된 권사님이 계셔서 찾아갔습니다. 늘 말씀이 없으시고 한 번도 목사 앞에서 며느리나 아들의 흉을 보지 않으셨던 권사님 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신앙 생활하였지만 마지막 가시던 날 임종예배를 드리지 못해 마음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비록 임종의 시간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만날 날을 내다보면서 몇몇 성도와 함께 그곳에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두 번 드린 임종예배/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200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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