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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얼레빗 50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많은 책을 읽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떤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어떤 아이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보게 됩니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것이 무조건 성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우리처럼처럼 ‘학벌사회’라 일컬어지는 사회에서는 공부를 잘해서 모두가 원하는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성공의 기회를 훨씬 많이 얻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볼 땐 행복의 조건을 하나 더 갖추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 나름으로 판단인데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공통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고, 정직하고,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간혹 여건이 어려워도 좋은 결과를 내는 아이들을 보면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습니다. 그 목표라는 것이 남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일 수도 있고, 특정한 ‘직업’일 수도 있고, 돈과 같은 현실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목표를 갖는다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려는 의지와 함께 필요한 또 한 가지는 정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직하지 않은 아이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요령을 피우다가 금세 좌절합니다. 정직이 모든 일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강조하고 싶은 것이 ‘책 읽기’입니다. 어느 동료 선생님이 자기 반 학생들 집에 있는 책의 양을 조사해 보니, 학교 성적과 완전히 비례하더랍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학생이 공부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요즘 디지털 시대라지만 ‘책’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의 독서가 뒷받침이 안 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이상하게도 영어와 수학이 아이들 성적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독서교육’이 안된 학생은 비록 영어 실력이 탁월하고 수학 문제 풀이 능력이 월등하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결과를 내지 못합니다.
요즘은 독서도 대학 가기 위한 하나의 요건이 되어서 책 읽기의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멀리 보고 책읽기를 즐겁게 여기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 자녀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열쇠 같습니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이라고 보이는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 안철수 교수가 중고등학생 때 엄청난 독서광으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는 것과, 통섭을 주장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자연과학자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책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지요.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범한 프랑스군이 민가를 약탈하러 들어가 보니 집은 다 허물어져 가고 먹을 것은 하나도 없어도 집집마다 책은 가득하더라는 이야기는 우리 조상이 책을 소중히 여겼음을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요즘 좋은 책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나 학생들에게 읽히기 좋은 책들이 넘쳐납니다.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등 도서관들도 이제는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순간순간 바뀌는 화면에 조급해하며 기다릴 줄 모르는 디지털 시대의 학생들이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감성’이 메말라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요.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책임감 있는 부모라면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진리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김찬수 / 수원 동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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