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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59】물은 왜 워터(water)가 아니고 쎌프(self)인가
아침에 배달된 신문 사이에 동네에 분식점을 개업했다는 광고지가 들어있어 그걸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광고지에는 "신선한 재료, 친환경 신토불이로 정성껏 만든 음식! 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정말 먹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음식 사진이 가득하였습니다.
분식점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본 글자가 있었으니, 거꾸로 엎어놓은 정수기 물통에 커다랗게 써 붙여 놓은 <물, 물수건, 반찬은 쎌프(self)입니다.> 그 글씨를 보는 순간 "못된 것부터 배워가지고는...."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제는 전국의 모든 분식점에서 서로 짰는지 대놓고 <물은 셀프>라고 하네요. 물은 워터(water)인데...
아마도 처음에 어느 분식점에서 바쁘기는 하고 일손은 달리고 했을 때 기다리다 못한 손님이 직접 물을 가져다 먹었겠지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종업원이 장난삼아 <물은 셀프-서비스>라고 써서 붙여놓았습니다. 바쁠때는 물 한잔 정도는 손님이 가져다 드시면 고맙겠다는 의미였겠지요.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물'은 곧 인사입니다. 어느 집에 갔는데 물 한잔도 안 줘봐요. 되게 기분 나쁩니다. 물을 가지고 와서 "무얼 드시겠습니까?" 하고 주문을 받는 게 '친절하게 모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분식점에서만 <물은 쎌프>하라고 누가 허락해 줬나요? 이제 더 나아가서 물수건, 반찬까지도 쎌프네요. 나중에는 음식도 주방에 들어가서 알아서 쎌프로 만들어 먹어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신선한 재료로 친절하게 모시겠다고 광고를 하면 뭐합니까. 손님이라고는 저 혼자밖에 없고 종업원은 할 일이 없어서 놀고 있는데도 <물은 쎌프>라고 우기니... 전국에 있는 분식점마다 돌아다니면서 <물은 쎌프>라는 쪽지들을 다 떼어버리고 싶습니다. -불편한 진실 여기서 마칩니다. ⓒ최용우 201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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