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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65】말장난에 속지말자
바야흐로 말장난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친구목사님 왈 새벽기도 마치면 6시가 되는데, 사무실 컴퓨터를 켜서 잠깐 인터넷을 확인하고 있으면 잠시 후에 사모님이 왜 빨리 안 오냐고 전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시계를 보면 순식간에 1시간이 흘러가버렸다는 것이지요. 차마 인터넷을 했다는 말은 못하고 "목사가 늦게까지 교회에서 안 오면 기도를 오래하는 갑다 생각해야지..."
인터넷을 하면서 ....이럴수가! ...왜? ...경악... 헉!... 뭐랬길래... 결국! ...이 정도일 줄은 ...알고 보니... 이런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클릭하면 100% 후회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낚시용 밑밥입니다. 내용은 별 씨잘때기 없는 시시콜콜한 광고일 경우가 100%입니다.
제목만 보고 걸려들어 클릭질을 하다보면 금쪽같은 시간을 허망하게 낭비하게 되고 결국 남는 것은 허무함과 한심함뿐입니다. 요즘은 인터넷 신문 제목들이 왜 그렇게 유치하고, 자극적이며, 눈꼴사나운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그렇게 제목질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클릭해서 봐주질 않으니 나름 그 고충이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제목에서부터 정직해야 좋은 글입니다. 좋은 글을 잘 구분해 내는 좋은 안목을 갖고 싶습니다. ⓒ최용우 201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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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세상]‘알고 보니 뉴스’ 들들들
반이정 | 미술평론가 입력 : 2012-03-29 21:27:32
어제부터 4월10일까지 기성가요를 어설프게 패러디한 각 후보 진영의 선거송과 선거운동원들의 둔한 율동을 길거리와 거주지 인근에서 듣거나 봐야 한다. 이제는 고약한 관행으로 굳은 이 야외 퍼포먼스 한바탕이 지난 후에야 19대 국회를 맞이할 수 있다. 상대 후보보다 주목 받는 낚시용 공약과 자극적인 시각자료를 배포하는 후보자의 심정, 이해한다. 생존하고 싶을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 운동의 과도한 극사실주의야 4년마다 돌아오는 한시적 퍼포먼스이니 그렇다 쳐도, 기실 유사한 홍보전이 매일 직면하는 현실 속에도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언론매체가 모니터에 투척하는 고약한 미끼용 제목들이 그것이다. 경쟁사에 밀리지 않고 생존하고 싶은 절박함 때문이리라. 나름 이해한다. 독자 낚시용 제목 달기의 저작권은 본래 황색신문에 속한 것이었으나, 기사의 주목도를 가판에서 포털사이트 첫 화면이 인수한 이래, 황색지, 경제지, 보수지가 유독 활용하던 미끼 제목의 저작권은 전국 일간지가 보편적으로 벤치마킹하게 되었다. 신문 가판에서 마주하던 노랑 빨강 파랑 채색에 테두리를 검정으로 구획짓는 전형적 타이포그래피는 대문짝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제목이 되곤 했다. 이런 전략은 구시대 유물이 되었고, 이제 10자 안팎의 온라인 뉴스캐스트 제목이 그 뒤를 승계했다. 무슨 천하의 특종인 양 호기심을 잡아끄는 제목을 클릭해 열어본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을 재차 확인하는 수준의 정보이거나, 제목과 본문이 숫제 일치하지 않는 것도 다반사다.
내뱉은 말과 제품의 품질이 상이하다는 면에서 총선 입후보자의 공약과 닮은 데가 많다. 해서 오늘날 보수지와 진보지 사이, 일반적 전국지와 황색신문 사이에서 기사 제목붙이기의 차별성은 ‘평화롭게’ 무너지고 있다. 미끼란 그걸 덥석 문 사람을 자괴감에 빠뜨리는 것이다. 허황된 공약에 속아 한 표 던졌는데 당선자가 실상 야바위꾼에 불과했거나, 민감한 제목에 솔깃해 누른 제목이 허술한 본문을 토해놓는다면, 유권자·독자 모두 자괴감에 빠진다. 그런데 세상의 진정한 비극은 이런 반복경험을 통과해도 유권자·독자가 좀체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는 것!
제목 미끼에 무익하게 낚이면, 자신이 한심해지더라. 해서 내가 절대 클릭하지 않는 기사 제목의 유형을 살폈으니 독자 제현께서는 무익하게 걸려들지 마시라. 본론을 절대 내비치지 않는 연결어미로 끝맺는 유도형 문장이거나, 결론을 지연시키는 부사로 끝맺기 일쑤. 그래서 나는 이런 기사를 ‘알고 보니 뉴스’라고 칭한다. 모범사례는 다음과 같다. ‘…이럴 수가!’ ‘…왜?’ ‘…경악’ ‘…헉!’ ‘뭐랬길래…’ ‘…결국’, ‘…이 정도일 줄은’. 끝으로 낚시 기사의 대표선수 ‘…알고 보니’.
나는 기사가 저런 관용구를 달고 있으면 무조건 클릭하지 않는다. 클릭해봐야 나 자신만 한심해지니까. 총선 후보자 선택도 유사할 것이다. 이행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으로 범벅이 된 후보자, 선거운동 차량에서 가요를 너무 크게 틀어대는 후보자에겐 표를 안 던지는 게 현명하다. 정치적 판단과 더불어 미적 취향의 하향평준화가 염려되는 유권자께선 참조하시라.
언론사의 제목달기,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주류 언론사들이 이리 실추된 건 대체 왜! 포털의 전지전능에 밀려 값싼 호객질이나 하다니…이럴 수가! 영업 부진을 만회하려는 고육지책, 이 정도일 줄은! 언론사 고위간부들이 실적 부진을 탓하며 순진한 평기자에게 뭐랬길래! 해서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결국! 낚시용 수사법 남용이라니실없는 미끼나 여론의 강에 투척하는 뉴스캐스트 담당자들도 알고 보니… 가여운 사람들(흠따라 해보니 재미있긴 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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