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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악마대가리좀나방을 경계하라

더깊은신앙으로 이현주............... 조회 수 2311 추천 수 0 2012.04.05 16: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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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daum.net/balbari/6165669 

악마대가리좀나방을 경계하라

 

꿀벌이 집을 지키는 노력은 대단하다. 북미 대륙의 어떤 야생벌은 그 무지막지한 곰까지도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갈 수 있다고 한다. 아예 집을 지키는 역할만 맡은 이른바 문지기 벌이 있는데 그놈의 시선을 피해 벌집 안으로 들어가서 꿀을 먹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신문에 보니 얼마 전 성묘 갔던 사람이 말벌떼의 습격을 받아 병원에 옮겼으나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고 한다.

 

말벌이란 놈이 어쩌다가 처마 밑이나 마당 한 구석에 날아들면 온 집안이 시끄럽고 괜히 겁부터 난다. 그런데 그 무성운 야생벌의 집안에 들어가 배가 터지도록 꿀을 훔쳐먹고 나오는 나방이 있다. 곰처럼 완력으로 벌집을 때려부수고 꿀을 강탈하는 게 아니라 교묘한 속임수로 아예 집안으로 들어가서 먹고 나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와 중근동 지방 또는 코카서스 지방에 서식하는 일종으 나방으로 사람들은 그놈을 '악마대가리좀나방'이라고 부른다.(학명은 Acherontia atropos). 이 나방의 날개와 배는 흑색과 황생이며 등 복판에는 황색이 섞인 흰 반점이
있는데 그 모습이 해골에 두 뼈다귀를 교차시켜 놓은 해적의 표시와 흡사하다.

이놈이 숲속에서 '해적질'을 하는데, 아무런 무기도 없이 벌집에 들어가서는 날지도 못할 만큼 꿀을 먹고 유유히 탈출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수단을 부리기에 그토록 철저한 경계망을 무사 통과하는지 궁금하게 여겨오던 중 최근에야 그 '비밀'이 밝혀졌다. 꿀벌이 아니라 인간에 의하여. 그러니까 인간이 꿀벌한테 그 비밀을 알려줄 방도를 찾지 못하는 한 놈은 마음놓고 꿀 도적 노릇을 계속 하겠지.

 

그 비밀이라는게 간단하다. 악마대가리좀나방이 배의 둧근 마디를 마찰시켜 격렬한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공교롭게도 알에서 갓 깨어난 여왕벌의 날개 소리와 같은 것이다. 알다시피 꿀벌 사회에서 여왕벌은 신과 마찬가지다. 여왕벌이 없으면 꿀벌 사회가 무너지고 따라서 모두 즉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갑자기 여왕벌께서 깨어나 자신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보초병이든 일꾼벌이든 일단 넋을 잃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여왕벌의 날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저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마녀 사이렌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들을 흘렸듯이 악마대가리좀나방은 여왕벌의 날개소리를 흉내내어 꿀벌들의 넋을 잠시 빼앗는 것이다. 꿀벌이 마침내 정신을 차려 'ㅅ리'의 주인공을 찾다가 그 '정체'를 알아차릴 때쯤이면 악마대가리좀나방은 이미 도망치고 없다.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공해문제 특집을 냈다. 썩어 가는 한강을 잔인하게 화면에 담아 보여주었다. 영상 효과 덕을 톡톡히 보아 많은 시청자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특집'이 끝나고 이어서 쏟아지는 광고 속에서, 그 무차별 홍수 속에서, 어떤 여자가 나와 방금 한강물을 오염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되었던 합성세제를 '요만-큼!'만 쓰라고 윙크를 한다. 그 다음에는 근사한 자동차가 근사한 길을(교통체증하고는 도무지 상관없다는 듯 시원하게 뚫려 있는) 근사하게 달리면서 '웬만하면 당신도 한대 사라'고 손짓을 한다. TV의 '소리'와 그 '정체'는 일치하는가? 지금 들리는 저 여왕벌의 날개 소리는 과연 여왕벌의 것인가? 아니면 꿀을 훔치러 들어온 악마대가리좀나방의 것인가?

 

우리나라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어느 신문은 보고 난 신문이든 아예  보지도 않은 신문이든 좌우간에 신문을 다시 거두어들이기 위해서 종이부대를 몇백만장 만들었노라고 광고를 한다. 말하자면 종이를 재활용하여 자원을 절약하고 쓰레기 공해도 줄이겠다는 갸륵한 뜻을 실천하려고 막대한 비용을 쓴다는 것이다.

열대우림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마구 훼손되고 있어서 '인류의 허파'에 구멍이 날 지경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그 '신문'은 독자도 없는 판촉용 신문을 어마어마하게 찍어 전국에 뿌리고 있다.

 

과연 그 신문의 '소리'는 그 '정체'와 일치하는가?

우리는 이제 그것을 물어야 한다.

 '소리'에 넋을 잃은 멍텅구리 짓은 이제 곧 청산해야 한다.

 

어떤 목사가 도시 빈민의 가난을 염려하는 '소리'를 하면 그가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누가 공해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말하면 그가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 물어야 한다. 만일 그가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면 일단 의심을 해 보는게 좋다. 저 친구 악마대가리좀나방은 아닐까? 만일 그가 자가용을 타는데 소형에서 대형으로 차종을 바꿨다면 일단 '악마대가리'로 간주해도 될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그것을 물어야 한다. '소리'를 내는 놈의 '정체'를 알아봐야 한다. 특히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당신은 이러이러하게 말하고 있는데 과연 그 말대로 살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래서 '겁나는 후배'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따지다 보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소리'와 '정체'를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차츰 우리 주변에서 악마대가리가 사라질 것이다. 가장 심각하고 절박한 질문은 '누가 우리의 악마대가리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의 악마대가리냐?'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열매를 보아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이 일에 너나없이 철저하지 못하다면 지금도 여전히 악마대기리좀나방에게 꿀을 빼앗기고 있는 저 멍청한 꿀벌과 다를 바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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