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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4336번째 쪽지!
□ 경덕이네 자두
제가 어릴 적 살았던 동네는 5일장이 서는 장터입구였습니다. 옆집은 팥죽가게를 하는 경택이네 집이었고 그와 나는 단짝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동네에서 가장 넓고 큰 2층집인 경덕이네 마당에는 자두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저와 경택이는 어느 날 경덕이네집 마당의 자두를 훔쳐먹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멋지게 성공하여 시콤달콤한 자두를 몇 개 따먹고 시치미를 뚝 떼었지만, 저는 개코를 가지신 아빠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너, 경덕이네 자두 따 묵었지?"
"옛?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저, 그게... 긍깨로 경택이가 먼저 따묵자고 했당깨요."
"너 빨리 가서 자두 따먹었다고 자백하고 자두 값 주고 와."
나는 아껴 모은 용돈을 들고 엉엉 울면서 경덕이네 집으로 갔습니다.
"아저씨.. 엉엉.. 지가.. 잉잉.. 긍깨로... 응응.. 자두를 따먹었당께요.. 와앙~ 여기 돈 가지고 왔어라... 지발 저를 감옥에다가 넣지 말아주쇼잉."
눈물 콧물이 되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빙그레 웃던 경덕이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용우야! 자두가 먹고 싶으면 담 넘어 들어오지 말고 언제든지 쩌그 대문을 밀고 들어와서 '자두가 먹고 싶어요'하고 말하고 따 묵어도 된다."
그때 저는 그토록 마음고생하지 않고도 자두를 먹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걸 모르고 자두를 훔친 것이 창피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어머님을 모시고 거의 40년 만에 그 현장을 보고 왔답니다. 제 기억 속에 아직도 선명한 자두나무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그 자리에 새 집이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최용우
♥2012.4.12 나무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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